일부 은행들이 다른 은행의 서비스나 상품 ‘베끼기’에 열중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서로 다른 은행의 눈에 띄는 서비스나 상품을 그대로 가져다 제공하면서 해당 서비스를 처음 내놓았던 은행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연말 소득공제 예상액과 세(稅)테크 상품을 모아 알려주는 ‘인터넷 세테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하나은행이 지난달부터 고객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기 시작한 ‘세테크 패키지’와 주요 내용 및 화면 구성까지 동일하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서비스 제공 내용 및 화면 구성까지 똑같아 놀랐다”며 “추가적인 차별화 방안을 만들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 할인카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업은행이 아파트 관리비 할인카드인 ‘마이 아파트 카드’를 내놓자 하나은행과 부산은행 등이 잇따라 동일한 상품을 7월 출시했다. 이들 카드는 매달 최고 1만원까지 관리비를 할인해주는 핵심 혜택과 카드의 성격이 똑같다.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카드 역시 한동안 잠잠하다 올해 들어 기업ㆍ외환은행 등이 유사한 혜택을 지닌 카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분별하게 서비스나 상품을 베끼는 경우가 많아지면 금융사들의 신상품 개발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인기 있는 상품이라고 너나 할 것 없이 유사한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 경우 과다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상품 베끼기가 심각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 독점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방안조차 없다”며 “은행들의 양심에 맡긴다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은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