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ELS 발행 규모는 94조4,0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미국의 금리 인상 단행 등으로 시장에 쇼크가 오면 일부 증권사들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대규모 환매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게 당국의 우려다.
금융위원회는 27일 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기초자산이 특정 국가의 지수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해당 상품의 발행을 일정 기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의 지수로 상품이 편중되면 투자 위험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금융시장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은 36조3,000억원으로 전체(94조4,000억원, 6월 말 기준)의 38.5%를 차지하고 있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HSCEI를 바탕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면 경고등을 켜고 판매 제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생결합증권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규제 방침이 나오자 증권 업계는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당국이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특정 지수의 위험성을 잘 알리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예 상품 발행을 금지하는 것은 무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의 판매도 제한적으로 이뤄지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다음달부터 상품 발행은 할 수 있지만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형식의 판매만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ARS는 예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원금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 내릴 가능성이 높은 주식은 빌려서 파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ARS는 누구나 확인 가능한 일반 주가지수와 연계돼 있는 다른 파생결합증권과 달리 증권사 내 자체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증권사가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보다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정기적으로 실시했던 증권사 대상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당국이 특정한 위기상황을 증권사에 부여한 후 어느 수준까지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올해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다음달 말까지, 건전성 스트레스 테스트는 오는 11월 말까지 각각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개별 증권사가 파생결합증권 판매를 통해 조달한 운용자산의 관리는 고유계정에 담아 회계처리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고유계정의 운용자산에 대해서는 별도의 유동성 비율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계획이다. 대규모 환매 사태가 발생해도 증권사가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를 비롯해 은행과 보험 등 파생결합증권을 판매하는 모든 금융사에 대해 대대적인 실태 점검을 벌이고 불완전판매가 적발될 경우 제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