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희준<청주대 교수ㆍ행정학>
최근 재정이 양호한 성남시가 돌연 채무상환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여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에 대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은 호화청사와 예산낭비로 재정이 거덜 났다고 하며 위기론과 파산론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성남시가 지불유예라는 미증유의 태도를 보인 것일까.’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민선 5기가 갖는 정치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민선 4기는 대부분 단체장과 의회가 동일정당으로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하지 못하였으나, 이번에는 물갈이가 이루어지고 단체장과 의회의 정당이 상이하고, 교육감과 광역단체장의 정당이 달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성남시 역시 현시장이 이미 선거공약으로 청사를 매각한다고 할 정도로 전임시장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으며, 판교특별회계에서 차입한 5,200억 원을 올해에 일시 상환할 수는 없다고 해 현 지방채발행한도액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행안부를 압박했다. 또 판교개발에 따른 성남시의 수익이 예상과 달리 너무 적어 주무부서인 국토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후 ‘채무불이행은 아니고 추후에 상환하겠다’고 성남시장이 말해 모라토리움으로까지 확대되었던 선언의 의미는 크게 축소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이후 지방재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해지고 동시에 지방재정 구조 등 문제점에 대해 많은 처방과 분석이 이루어지는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방재정은 2006년 ‘100조원 시대’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는 후퇴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로 ‘2할 자치’ 수준이며, 재정자립도 역시 1995년에는 63.5%이었으나 올해는 52.2%로 떨어졌다. 그만큼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이 늘어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중앙정부가 주로 세원이양 등 지방의 자주재원을 통한 분권화를 추진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용이한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을 통해 지방의 부족재원을 메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 역시 부족한 돈을 스스로 부담하여 충당하기 보다는 중앙정부의 지원에 매달리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였다. 동시에 중앙부처 역시 꼬리 달린 보조금을 주면서 지방을 통제하려는 전근대적인 사고와 행태를 버리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방세로 해당 지자체의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단체가 전체의 56%인 137개이며, 9개 군은 자립도가 10%도 되지 않는다. 즉 재정의 90% 이상을 남의 돈으로 살림을 살아가는데 과연 무슨 자치가 가능하겠는가?
바람직한 지방재정은 가급적 주민들의 자기부담을 통해 각 자치단체의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주민들이 우리 지역에 무슨 사업이 얼마나 필요한지 관심을 갖고, 또한 자신의 혈세가 제대로 쓰여 지는지, 아니면 낭비되는지 그리고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이 제대로 내고 있는지 등을 감시하게 되고 단체장과 의원들에게 도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의 소비와 소득을 대부분 국세로 거둬들이고 재산세와 거래세인 취·등록세가 지방세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세수를 국가가 거둬 지방에 다시 나누어주는 이중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방자치와 주민참여를 방해하는 근본요인이다. 따라서 향후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기본적인 경비는 스스로 충당할 수 있도록 국세의 일부를 이양하고 자율과 함께 책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낭비를 일삼는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의 소환 및 의회 해산 등 강력한 제재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