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소비자 “선택폭 넓어졌다” 주장소프트웨어 끼워팔기(번들)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발단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MS)가 자사의 PC운영체계인 윈도95에 웹브라우저를 끼워 팔고 있는 것에 대해 미 대법원이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는 판정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자넷 리노 미 법무장관이 MS사의 웹브라우저 시장에 대한 불공정한 지배를 우려, 반독점법 위반으로 법원에 제소해 일단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 MS회장은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가 윈도 운영체계의 일부라며 법원 판정에 항의, 항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같은 법무부와 MS의 싸움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MS의 상행위에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법무부의 주장처럼 MS가 강제로 소프트웨어를 끼워 판매, 경쟁 소프트웨어회사를 시장에서 축출함으로써 결국 소비자의 제품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MS는 2년 전부터 윈도95에 화면보호(스크린 세이버) 프로그램을 끼워팔기 시작, 기존에 화면보호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던 버클리 시스템스사가 급기야 올들어 문을 닫고 말았다.
반면 MS의 끼워팔기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구태여 번들이 아니면 구입하지 않을 소비자들도 윈도95를 구입하면서 자동적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MS는 아직까지 번들 소프트웨어도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미를 돋워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논쟁의 중심은 MS의 끼워팔기를 저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의도야 어찌됐든 MS의 지난 수년간 번들관행은 경쟁 소프트웨어가 설 땅을 잃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PC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MS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작지만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시장을 잠식해 버릴 경우 그동안 소프트웨어 산업을 성장시켜 왔던 「경쟁의 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웹브라우저 시장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빌 게이츠는 뒤늦게 인터넷 시장의 폭발성을 인식, 올초 들어 자사의 운영체계를 싣는 PC생산업체에 강제로 익스플로러를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소프트웨어로 각광받고 있는 웹브라우저 시장을 개척했던 벤처업체 넷스케이프가 위협받고 있다.
하이테크 컨설팅회사인 가트너 그룹의 데이비드 스미스 분석가는 『시장에 경쟁이 없다면 독점업체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이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