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사업자의 도매원가를 낮춰 사업자 간 완전경쟁을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호아킨 오사 부엔디아(사진) 스페인 통신위원회(CMT) 시장총괄국장은 26일(현지시간) 한국의 MVNO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이동통신사업자(MNO)로부터 망을 임대하는 비용인 도매원가가 낮아져 MVNO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매원가가 낮아지면 MVNO들이 요금 추가 인하 등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완전경쟁을 통해 더 많은 가입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CMT는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스페인의 MNO들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부엔디아 국장은 "CMT는 사업자들이 통신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리 감독한다"며 "이를 통해 도매원가가 낮아지는 등 MVNO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MVNO가 활성화된 서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스페인 MVNO 시장은 지난 2001년 제도가 도입되고 사업자가 선정됐지만 CMT가 MNO의 MVNO에 대한 망 임대를 의무화한 2006년부터 실제 서비스가 시작됐다. 2008년까지 1.3%의 시장점유율로 부진했지만 2011년 5%에 이어 지난해 말 10%까지 뛰어올랐다. 국내 MVNO의 점유율이 2%에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부엔디아 국장은 "지난해 MVNO 사업자들의 전체 매출은 4억5,490만유로로 전년 대비 40.7% 성장했다"며 "ONO 등 MWNO 사업자들은 경기불황 속에서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의 서비스를 찾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통신요금 원가 공개와 망 의무 임대 등의 규제 등을 통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준 CMT의 역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망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품질과 서비스 역시 동일하게 제공하도록 했다"며 "경기침체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MVNO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CMT는 MVNO의 서비스 품질이 MNO에 뒤쳐지지 않도록 주기적인 모니터링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엔디아 국장은 "매달 2만가구를 전수조사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MVNO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업자들이 완전경쟁을 통해 가격만 인하한다고 사업이 안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격이 저렴해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을 주고 고객들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