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분단 60년] 6자회담 재개 힘입어 남북경협 활성화 기대

경협이 北변화 지렛대로 북핵문제 해결 촉매역할도

중단 13개월만에 지난달 26일 재개된 4차 6자회담. 북한의 2ㆍ10 핵보유 선언 등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듯 보였던 북핵문제가 다시 대화의 틀 속에서 다뤄지게 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북ㆍ미간 이견이 여전해 기대만큼의 성과는 이뤄내지 못했지만 경색된 정세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진 남북경협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특히 북한은 어느 때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여줘 아쉬움 속에서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공감대는 넓어지고 있다. 위태위태한 길을 걸어온 북핵문제가 대화의 장으로 돌아온 데는 남북경협이 깔려 있다. ◇남북경협은 화해의 시발점=1998년 6월 고(故)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떼를 직접 몰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 땅을 밟은 지 17년. 2003년 9월에 육로관광이 시작됐고 지난 6월 7일 금강산 관광객은 100만 명을 돌파했다. 금강산 관광은 역사적인 남북 6ㆍ15공동선언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었고 남북의 바닷길과 하늘길, 도로와 철도 연결의 출발점이었다. 개성공단에서 남북합작으로 생산된 냄비는 남측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수출실적도 올리고 있다. 지난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르면 8월부터 백두산 시범관광과 개성지역 시범관광을 실시하기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합의, 금강산-개성-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광벨트 조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남북경협은 국제정세 불안과 내수 부진 및 성장률 둔화 속에서도 참여정부 2년간 꾸준히 증가, 남한은 북한의 2대 무역상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북한의 대남 의존도도 2001년 15.1%, 2002년 22.1%, 2003년에는 23.3%로 증가해 남북경협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지렛대로서의 역할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북핵 해결에도 도움=6자회담 재개에도 남북경협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으로 북한 접촉 창구 역을 맡았던 퀴노네스 박사는 한 기고문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지속적 노력이 6자회담 재개에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우리 정부의 대북 전력지원 제안과 꾸준한 경제협력 추진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촉매제 역할을 한 점을 높이 산 것. 남북경협은 또 공식적인 대화통로 단절 속에서도 남북을 연결해 준 통일의 길잡이ㆍ신작로 역할을 수행했다. 금강산 관광은 해로와 육로를 연결해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다닐 수 있도록 함으로써‘대결과 갈등의 지뢰밭’을 ‘화해ㆍ협력ㆍ평화의 장’으로 거듭나게 했다. 나아가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안정을 위한 바탕이 되었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통일 기반 조성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IMF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40%에 이르는 개방 경제의 현실 속에서 남북 경협을 통한 긴장완화는 외자유치와 경제 안보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북핵해결이 경협활성화의 관건=남북 문제가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듯 경협 또한 마찬가지다. 경제적 요인 외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ㆍ외교 환경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 결국 북핵 문제가 남북경협 전망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경협 사업의 본격적인 활성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무엇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조기해결이 중요하다. 경협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틀의 마련과 재원확충 방안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것.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북핵문제가 통일경제적 시각으로 경협과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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