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불확실성을 즐겨라

■ 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블랙 스완 예측 불가능하지만 충격이 사회시스템 견고히 해
"사고가 더 큰 재앙 막아준다" 실패의 긍정적 측면도 조명



프래질(Fragile), 강함, 안티프래질(Antifragile). 프래질은 사전에 나와있듯, 부서지거나 깨지기 쉽다는 뜻이고, 강함은 어떤 경우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조어 안티프래질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를 1년 먼저 예측한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을 어떤 경우에도 손상되지 않고 되려 더 단단해지는 것, 무질서와 불확실성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오히려 무질서를 원하는 특성이라고 설명한다.

그리스신화에 비유하면 시칠리아 참주 디오니시우스 2세가 다모클래스를 말총 한 가닥에 매달린 칼 밑에 앉히는 것이 '프래질'이고, 불사조가 파괴될 때마다 다시 살아나는 것이 '강함'이다. '안티프래질'은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있는데다 그 중 하나가 잘리면 새로 2개가 생기는 히드라다. 상대방이 자신의 목을 쳐주길 원하는 존재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블랙 스완'에 대한 해답집으로 읽힌다. 탈레브는 반드시 터질 테지만 아주 드문 리스크 즉 블랙 스완을 예측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차라리 비슷한 대상에 비해 얼마나 위기에 취약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쉽다고 강변한다. 쉽게 말해 프래질은 측정 가능하지만 리스크 예측은 불가능하니, 현재의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을 검토해 이에 맞춘 전략을 짜는 것에 무게를 두라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안정은 죽음과도 같다. 현실은 사람들의 단선적인 생각과 달리 훨씬 더 탐지하기 어려운 상호 의존성과 비선형 반응으로 가득한 복잡계다. 항공기의 자동화가 조종사의 부주의를 부추기고, 신호등 있는 횡단보다 무단횡단 시의 사망사고가 적다. 열성적인 '사커 맘(방과 후 자녀의 축구연습을 지켜볼 정도로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이 자녀들을 멍청이로 망친다.

안티프래질의 확보를 위해 저자는 양 극단의 조합을 추구하고 중간을 기피하는 '바벨 전략'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자산 관리에서 90%는 안전자산에, 10%는 극단적으로 위험한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최악의 경우에도 자산 10%만 잃으면 끝이라는 얘기다. 나아가 실패의 긍정적 측면을 조명한다. 타이타닉호와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당사자에게는 큰 불행이지만, 더 큰 재앙을 통제하도록 해주었다고 강조한다.

같은 맥락에서 구제금융이라는 방법으로 기업의 성패에 끼어드는 국가에 대해 날 선 비판에 나선다. 개별 기업의 실패가 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바로 망해야 할 기업을 살리기 위해 시스템 전체에 폐를 끼치는 '프래질의 이전'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76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사례와 이론을 넘나들며 저자의 통찰과 직관을 과시하고 있지만, 솔직히 친절하지 못하다. 우선 제목을 포함해 여러 핵심개념이 직접 만든 신조어인데다, 그 정의는 책의 분량에 비해 상대적이고 규정적인 해설에 그친다. 심지어 학술계 종사자들은 인용하기 좋거나 한눈에 요약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텍스트나 좋아한다고 빈정거리는 반면 이 책은 교과서와 달리 철학ㆍ과학적 탐구와 함께 자전적 성찰과 비유가 혼합돼 있다고 변명한다. 지난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에서 그랬듯 '안티프래질'을 놓고 과연 개념 자체에 힘을 소비할만한 일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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