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제2차 공적자금 관리실태 특별감사’ 결과는 공적자금의 조성ㆍ지원과정을 살폈던 지난 2001년 제1차 특감과는 달리 공적자금의 회수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 등 공적자금이 부실금융기관의 채권을 사들인 뒤 이를 적절히 매각, 자금을 제대로 회수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특감 대상이 됐던 2001년 4월~2003년 6월에는 모두 26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지원되고 37조5,000억원이 회수됐다.
◇기금관리보다 잇속 챙기기 급급=자산관리공사는 2000년 10월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5조1,723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2,332억원에 매입했다. 공사는 이 채권을 외국회사 등에 팔아 그 이익을 기금에 회수해야 했지만 이를 공사의 자체 예산인 일반회계자금 863억원으로 다시 매입, 정리기금에 1,469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는 이 같은 방법으로 모두 3,134억원의 이익을 챙긴 반면 공적자금 회수액은 그만큼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사는 또 미국 투자회사와 공동 설립한 자산유동화회사의 이익배당금도 공사에 364억원 더 많이 배분해 그만큼 기금수입이 감소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4조7,748억원의 나머지 부실채권까지 팔면 추가이익이 더 발생할 것”이라며 이미 발생한 매각이익 등을 기금으로 되돌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IMF경제위기 후 부실채권정리기금 관리가 공사의 주업무였으나 부실채권 매각으로 이 업무가 줄어들면 공사는 앞으로 본연의 업무만 수행하게 되므로 수입감소를 우려, 이익을 미리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관리소홀로 공적자금 회수액 감소=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는 사후정산약정 미체결로 모두 1,008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자산관리공사는 99년 5월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사들인 7,724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미국 투자회사인 M사와 G사에 매각했다. 이때 356억원의 채권은 대한주택보증의 지급보증으로 전액 회수될 수 있는 채권인데도 이를 간과하고 ‘무담보채권’으로 헐값에 팔았다. M사는 부실채권 99억원을 단돈 100원에 매입한 뒤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89억원을 대위변제받았고 G사도 183억원의 이득을 봤다. 반면 부실채권정리기금은 272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사례를 적발하고도 징계시효 3년 경과로 문책처분이 불가능해 자산관리공사 사장에게 채권매각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에 대해 주의촉구하도록 하는 조치밖에 내리지 못했다.
◇부실금융기관의 방만경영 심각=감사원은 공적자금 37조7,839억원을 지원받은 우리은행 등 8개 금융기관이 경영 정상화 노력을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서울보증보험 등 6개 금융기관은 경영부실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임원 보수는 평균 80%, 직원 보수는 평균 26% 인상했다. 우리은행 등 8개 금융기관은 임직원 주택구입자금을 무이자나 저리로 융자해주고 대학생 자녀 학자금, 개인연금, 피복비 등 모두 1,416억원을 무상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양해각서(MOU) 이행실태 점검을 강화하라고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