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주 수석무역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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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루카스 바카디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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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체 CEO '친정과의 전쟁'
경쟁사로 자리 옮겨 '한치 양보없는 대결' 잦아
이효영기자 hylee@sed.co.kr
김일주 수석무역 사장
데이비드 루카스 바카디코리아 대표
주류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쟁사로 옮기면서 전 직장과 경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김일주 전 진로발렌타인스 부사장이 수석무역 사장으로 옮긴 데 이어 최근에는 전 진로발렌타인스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이 한국 바카디코리아 대표를 겸임하기로 했다.
주류업계에 이 같은 사례가 잦은 이유는 도매상이나 대리점, 업소 등 거래처를 관리하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주류산업의 특성상 업계에 오래 몸담은 전문가가 아니면 경영을 맡기 어렵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에 직진출한 바카디 코리아는 최근 아시아지역 부사장을 맡고 있던 데이비드 루카스 전 진로발렌타인스 사장이 한국 법인 사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루카스 사장은 진로발렌타인스에서 수년간 근무해 한국 위스키 시장을 잘 아는 지한파다.
세계 3위 주류업체인 바카디는 그동안 대표 브랜드인 ‘듀워스’ 위스키를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위탁 판매하다가 올들어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바카디코리아는 앞으로 루카스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듀워스 위스키를 비롯해 보드카인 ‘그레이구즈’, 럼주인 ‘바카디’ 등의 브랜드를 내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올초 수석무역 대표로 자리를 옮긴 김일주 전 진로발렌타인스 부사장도 친정과의 경쟁에 가세했다. 수석무역은 본래 진로발렌타인스의 라이벌인 디아지오의 ‘J&B’ 브랜드를 취급해왔으나 지난 8월부터 수입면허를 취소당한 디아지오코리아의 양주 국내 판매권을 위탁받아 윈저, 조니워커 등의 제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김사장은 지난 83년 두산씨그램을 시작으로 주류업계에서 24년간 잔뼈가 굵어 거래처와의 네트워크 자산이 상당한 수준. 김사장은 젊은층이 많이 가는 바(Bar) 위주로 유통됐던 J&B의 기존 영업방식에서 탈피해 앞으로 룸살롱, 단란주점 등 기존 시장까지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앞서 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도 진로에서 영업 담당 임원을 지내다 두산으로 옮긴 후 지난해 ‘처음처럼’ 소주를 출시, 친정인 진로 ‘참이슬’과 정면 경쟁에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한사장은 ‘처음처럼’을 단숨에 소주 시장 2위 브랜드에 올려놓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또 충남 지역 소주업체인 선양의 김광식 사장도 진로에서 30여년을 근무하다 선양으로 말을 갈아탔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맑을린’ 저도소주를 새로 내놓으면서 이례적으로 서울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진로가 전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시장 구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혀 친정인 진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전문 경영인 수요가 많아지면서 경쟁사 대표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주류업의 경우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업 특성상 유난히 친정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1/01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