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에 실랑이를 벌이던 경제청문회 개최일자가 12월8일로 정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들어선 지 거의 1년만이다.그러나 정치권이 지난 11월10일 여야 총재회담을 통해 원칙에 합의하고도 보름이 넘도록 세부 추진방안에 이견을 보이고있어 청문회가 당초 목적에 얼마나 충실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여야 정치권이 경제난 진상을 명확히 밝혀, 다시는 「IMF」사태와 같은 국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채 청문회 명칭과 조사특위 인원 구성, 증인선정 범위 등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고 있기때문이다.
여권은 『특위 명칭을 「IMF 환란(換亂) 원인규명과 경제위기 진상조사」로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환란대응 책임을 부각시키기위해 「IMF 환란 원인과 경제위기 대처 진상조사」로 하자』고 맞선다.
증인선정도 여권이 『YS부자(父子)를 포함, 성역없이 증인을 채택하자』고 주장한데 반해 야권은 『이들을 빼고 96년말 노동법과 금융관계법 무산에 대한 정치권의 공동책임을 감안해 자민련 총재였던 김종필(金鍾泌)총리를 비롯, 총리를 지낸 고건(高建)서울시장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정치권이다. 언론과 감사원은 여러 각도로 증인채택의 적정 범위를 제시했으며 청문회 명칭도 당초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어떤 이름이든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이번 청문회 개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국가이익과 국민적인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왜 우리 경제가 파국 직전까지 갔는지 그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직장을 잃거나 임금삭감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은 하루빨리 IMF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는 IMF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정치권은 오늘 당장 청문회 세부방안에 대해 타협하고 초당적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 만약 정치권이 지난번 한보청문회 때처럼 당리당략에 급급, 진상규명을 외면한다면 정치불신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증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한보」때처럼 불리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말할 수 없다』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할 경우 국민들의 원성이 거셀 것이다. 청문회에 나설 의원들은 우선 초당적으로 경제실정(失政)에 대한 구체적인 진상규명과 당시 정책책임자의 진솔한 답변을 받아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설픈 당론에 따라 환란 원인규명을 외면한 채 증인변호에 얽매이거나 진상규명에 힘쓰고있는 의원을 상대로 제동을 걸 경우 국민적 질타가 적지 않을 것이다. 또 경제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합리적인 「시스템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증인들은 상·하 직원과의 인간적인 관계, 법적 책임이 두려워 거짓 증언이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IMF 관리를 초래한 해당 공직자는 「용퇴」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업종을 전환하거나, 여전히 공직에 미련이 있다면 선출직의 길을 모색하는 방안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