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용산사업 주도권 잡기 강수

조직 재정비·주요 인사 전면 배치… "갈등 심하지만 끌고 가겠다"
AMC내 주주간 대립 심화 우려

용산국제업무단지개발사업이 대주주 간의 사업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이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사업 주 도권 확보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서울경제DB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사내에서 용산사업에 깊이 관여했던 주요 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도 이번 인사가 향후 사업 정상화 과정에 어떤 변수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코레일에 따르면 곽노상 수도권서부본부장과 김흥성 홍보실장을 각각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로 파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용산역세권개발의 김명철 경영전략본부장을 본사 용산역세권개발처장으로 전보발령 냈으며 이외에 원형민 경영지원팀장도 본사로 불러들였다. 특히 코레일은 용산전략추진단이라는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하고 김환복 경영총괄본부장을 중심으로 송득범 사업개발본부장과 김명철 처장 등을 합류시켰다.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용산개발사업에 대해 코레일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은 코레일의 대외소통 창구였던 대변인직을 지낸 만큼 정찬영 코레일 사장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AMC 내에서 코레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가 오는 12월에 진행될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설계비 잔금 640억여원, 토지정화사업 잔금 270억여원은 물론 다음달 17일까지 종합부동산세와 자산유동화증권 이자 180억원을 내야 하는 등 연내 1,000억여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보유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CB 발행은 당장 다음달 12일로 잡혀 있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재 지분대로라면 코레일이 625억원을 인수해야 하고 롯데관광개발도 377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KB자산운용과 푸르덴셜ㆍ삼성물산ㆍ미래에셋ㆍSH공사 등도 100억원 이상을 내놓아야 한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용산사업이 청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이 사업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출자사들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갈등이 심하기는 하지만 코레일은 여전히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시켜 끌고 나가겠다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코레일의 이번 인사로 현재의 AMC 내 주주 간 대립구도가 더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용산개발사업에 수년간 관여해온 전문인사를 포진시키고 AMC 내부에는 코레일의 입장을 확실히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배치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이사회 이후 해결의 실마리를 보일 것 같았지만 20일 이사회에서 AMC 지분인수건이 상정됐다 무산되면서 코레일의 입장이 더 강경해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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