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방문의 해] 볼것 살것 별로 없고 말 안통해 답답

관광산업 문제점과 과제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관광객은 530만명. 이는 세계적으로 볼 때도 25위권에 든다. 특히 올해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실적을 올린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앞으로도 이같은 높은 신장률을 어떻게 계속 유지하고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느냐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관광객은 일본인 200여만명을 중심으로 아시아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외래관광객 500만명을 돌파한 것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99년에 비해 30%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구매력이 있는 유럽의 관광객이 적다는 것이 우리 관광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의 평균 체재일수는 4.8일이며 이들이 쓰고 가는 돈은 평균 1,251달러에 불과하다. 볼 것이 한정돼 있고 살 것이 없다는 것이 관광객들과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여기에다 언어소통과 교통문제도 한국을 다시 찾고 싶지 않은 나라로 만들고 있다. 이밖에 숙박 및 음식점 시설의 부족과 낙후, 바가지요금, 출입국 절차의 복잡, 택시기사들의 횡포 등이 한국을 다녀간 외국 관광객들에게서 나오는 주요 불만사항이다. 외래관광객 500만명 이상을 유치해도 이같은 이유에다 외국에 나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 관광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다양한 테마여행 상품이 개발돼 있지 못한 점도 우리 관광산업의 한계로 꼽을 수 있다. 고궁과 남대문ㆍ동대문시장이나 둘러보고 불고기와 김치나 먹고 가는 관광으로는 한계가 있다. 볼 것, 먹을 것, 살 것에 관한 수많은 테마상품을 개발해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적인 다양한 테마를 개발해 관광객을 많이 찾아오게 하고, 돈을 많이 쓰게 하며,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진정한 관광대국이 된다. 예컨대 뚜렷한 사계절에 아기자기하고 변화무쌍한 자연환경, 50년 긴세월 민족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전쟁을 딛고 일어선 우리의 경제, 예술과 음식, 우리 신세대가 형성한 거리 등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관광행정력의 강화, 관광재정, 금융세제 지원 등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전문지식과 비전을 갖춘 관광정책 입안자의 육성, 관광인프라의 확충 등을 비롯해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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