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역사 쓰는 증시] ①재평가 움직임 속 지수 신기록 행진

※편집자주=코스피 지수가 1,300선에 안착하며 한국증시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한국증시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몰려들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회계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기업체질이 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우리의 기업.금융관행이 글로벌스탠더드에 접근하면서 우리기업들의 주가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증시의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증시에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시장의 질적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증시가 이처럼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배경과 현황, 전망, 과제 등을 4회의 특집기사를 통해 점검해 본다. 증시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1,300고지를 밟으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500~800대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올해들어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실적 개선, 거시지표 개선 등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증시는 그러나 1,300을 넘어 본격적인 재평가를 받으려면 분식회계, 코스닥 우회상장 등의 후진적인 문제점들을 근절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300대 시대 개막= 코스피지수는 1일 1,305.98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1,300선을 돌파했다. 이로써 지수는 전날 장중 1,300선을 넘어선데 이어 마침내 종가 기준으로 1,300선에 안착했다. 2월28일(1,011.36) 1,000선을 넘어선 뒤 4월말 911.30까지 밀렸으나 6월15일 1,001.94로 1,000선을 재돌파했으며 이후 7월28일(1,104.72)과 9월26일(1,206.41) 잇따라 1,100선과 1,200선을 넘어서며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수는 9월7일 1,142.99를 기록, 종전 사상 최고치인 1994년11월8일의 1,138.75를 10년10개월만에 갈아치운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 증시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이 연초 411조3천690억원에서 1일 현재612조8천160억으로 48.96% 증가했고 코스닥시장은 연초 31조9천330억원에서 71조4천80억원으로 123.61% 폭증했다. ◆유동성과 실적개선이 증시 `쌍끌이'= 증시 상승은 연초 유동성의 힘이 큰 역할을 했으나 하반기로 가면서 밝은 대내외 거시경제 전망과 기업실적 개선, 유가 안정, 글로벌 증시 동반 상승 등을 수반한 기초여건의 개선이 힘을 발휘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상반기 3.0%로 잠재성장률 4.5~5.5% 수준을 크게 밑돌며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늦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1월부터 본격적인 `사자'로나서며 증시 분위기를 띄웠다. 외국인과 기관은 1월 각각 8천585억원과 51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의사상 4번째 1,000선 돌파를 견인했다. 이어 외국인과 기관은 5월부터 다시 대규모 `사자'에 나서 6월 1,000선 재돌파를 이끌어냈다. 특히 기관은 5월 이후 적립식펀드 등 간접투자자금에 힘입어 외국인을 제치고증시 주도권을 장악했다. 기관은 5월 이후 1일 현재까지 매달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총 6조1천72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5~7월 3개월간은 1조9천33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기관과 `쌍끌이' 장세를 연출했으나 이후 차익실현에 치중, 연간으로 1조4억원가량을 순매도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42.12%에서11월30일 현재 40.23%로 낮아졌다. 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적립식 펀드 등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기업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고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인 점도 증시에 긍정적이었다. GDP증가율은 내년 5%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2월결산 유가증권 상장 법인 533개사의 3.4분기 영업이익은 14조1천97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45% 증가, 기업 실적이 2.4분기를 바닥으로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는 8~9월 배럴당 70달러를 오르내렸으나 최근에는 57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낙후된 증시관행 해소 `절실'=국내 증시는 연초 이후 계속된 상승세로 저평가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지만 분식회계와 코스닥우회상장 등은 여전히 할인요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분식회계는 기업투명성을 후퇴시키고 코스닥우회상장은 기업실적 개선보다는 주가만 띄워놓고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있다. 분식회계는 두산그룹을 비롯해 코스닥시장의 벤처업체인 터보테크, 로커스 등이적발돼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또 상반기까지 25개 상장사가 과거 분식회계를 스스로 공개했다. 이른바 `뒷문 상장'으로도 불리는 우회상장은 최근까지 52개사에 달해 작년 연간 우회상장 기업수인 48건을 넘어섰다. 우회상장은 건실한 기업이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이뤄질 때는 긍정적이지만 사업성이나 수익성을 검증받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무작위로 시장에 유입되면 증시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큰 문제가 된다.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들어온 기업의 대주주들이 상장차익을 챙겨 달아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투주자들에게 넘어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에 따라 비상장기업이 제3자 배정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게 되면 2년간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와 관련, 현행 증권집단소송제와 별도로 미국이 엔론 분식회계 사건후 마련된 사베인-옥슬리법을 비롯한 전세계의 분식회계 관련 법안들을검토, 국내 사정에 맞는 사안들을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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