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출시시기 갈수록 빨라진다

`여름엔 빙과, 겨울엔 호빵`의 전형적인 군것질 공식이 깨지고 있다. 계절성 식품의 출시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면서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호빵이 등장하는가 하면 전형적인 겨울용 아이스크림인 모나카가 냉동고를 가득 채우는 등 식품 진열대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어려워진 것.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여름철에 비수기를 맞는 초콜릿이 예년보다 2주 가량 빠른 8월부터 유통되기 시작하고, 민소매 차림도 간간히 눈에 띄는 더운 날씨에 호빵이 등장하는 등 겨울철 제품들이 일찌감치 시장에 깔리고 있다. 여름치고 선선했던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사보다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나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계절성 제품의 출시 시기는 해마다 앞당겨지는 추세.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는 정통 초콜릿은 통상 9월 이후부터 제품 유통을 시작하지만 올해는 각 업체들이 이미 8월 말부터 제품을 내놓았다. 해태제과의 경우 주력제품인 `젠느`와 `화이트엔젤`을 각각 리뉴얼, 지난달 말 시중에 선보였고 이달중 새로운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리온도 8월부터 재개하는 초콜릿 공장 가동을 앞당겨 제품을 조기 출시했다.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나오는 겨울용 빙과 제품도 올해는 출시 시기가 당겨져 9월 중ㆍ후반에 선보일 예정. 빙과류는 특히 겨울철 실내 온도 상승과 여름철 냉방 증대로 계절성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품목 가운데 하나. 제과업체 관계자는 “겨울용 크림이나 모나카류 제품의 경우 2월 말이면 매출이 떨어졌는데 최근에는 봄, 여름까지도 매출이 이어지고 반대로 여름용 빙과도 겨울에 꾸준히 팔린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예전에는 겨울철 빙과류 매출이 여름 성수기의 20%선이었지만, 요즘엔 많게는 40%까지 차지할 정도”라며 “특히 올여름 성수기에 부진했던 업체들이 겨울 제품을 조기 출시하는 등 여름철 만회를 위한 마케팅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예년엔 4~5월에 출시된 여름용 비빔면 출시 시기가 구정 때로 앞당겨지는 등, 한겨울에 여름 제품이, 삼복더위에 겨울 제품이 식품매장 진열대를 장식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실정.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은데 하루라도 빨리 내놓아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매출을 일으킬 수 있고, 타 업체와의 유통망 싸움에서 매대를 선점한다는 측면에서도 제품 출시시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당겨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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