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AIG, 헤지펀드 처럼 투기적 영업"

불편한 심기 토로… 지원 불가피성은 인정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 감독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투기적 행위를 일삼은 AIG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버냉키 의장은 3일(현지시간) 상원 예산위원회에 참석,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2007년9월 이후) 최근 18개월간 일어난 사건 가운데 AIG 만큼 나를 화나게 한 일은 없었다"면서 "AIG가 금융상품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을 틈타 마치 헤지펀드처럼 영업했다"고 주장했다. 버냉키의 이날 발언은 어떤 금융기관보다 리스크 관리에 철저해야 할 보험사가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등 파생상품에 대한 방만한 투자로 금융시장 위기를 심화 시켰음을 비판한 것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강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보험사인 AIG가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처럼 운영돼 왔다"며 버냉키 의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비판과는 별개로 AIG 지원의 불가피성도 인정했다. 그는 "AIG 파산이 금융시장 등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구제금융 투입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AIG는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1,5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구제자금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4ㆍ4분기에 617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또 300억 달러의 구제자금이 추가로 지원됐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G가 서브프라임모기지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120억달러에 달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이 같은 잠재 위험에 따른 손실규모가 8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AIG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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