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100일은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기간이다. 미진하고 부족한 것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저를 억눌렀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한미관계와 북핵 문제, 그리고 SK글로벌 문제였다. 미국 방문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미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가기로 합의했고 SK글로벌 문제는 금융시장의 붕괴우려로 확산됐으나 정부의 신속한 조치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모두 잘했다`고 말씀 드리지는 않겠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고 정착시키는 데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관행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첫째, 권력중심의 권위주의 정치로부터 국민중심의 참여정치로의 전환이다. 둘째, 배타적인 국정운영으로부터 토론과 합의라는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으로의 변화다. 셋째, 권력과 언론의 합리적인 관계 설정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문화가 바뀌고 있다. 대통령이 뒤에 물러선 채 권한만 행사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대통령도 중요한 국정현안에는 발벗고 뛰어들어야 한다. 이제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이 시작됐다. 언론과 권력은 상호긴장과 감시라는 정상화를 향한 새로운 관계형성에 들어섰다. 저와 정부의 잘못도 적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고쳐가겠으나 이 길을 포기해선 안된다. 그간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도 적지 않았다. 해외발행 한국채권의 금리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노사분규와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환과정에서 빚어졌던 일부의 혼선과 시행착오는 빠른 시일 내 개선해 나가겠다.
국정시스템 구축작업을 마무리하고 취임 6개월쯤부터는 국민 여러분과 약속한 사항들을 가시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겠다. 이제 국정의 중심을 경제안정, 그중에서도 서민생활의 안정에 두고 모든 노력을 쏟겠다. 특히 부동산 폭등은 기필코 잡아가겠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과 지역균형발전, 정부혁신과 지방분권이라는 참여정부의 국정청사진을 착실하게 실행해 나가겠다.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달성해가는 우공이산 (愚公移山)의 심정으로 국정운영에 임할 것이다.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이 시대적 전환기를 슬기롭게 개척해 나가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공동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법과 질서를 확고히 지키면서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성실히 수행하겠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