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23일 금호산업의 매각협상 가격을 주당 5만9,000원, 총 1조213억원으로 결정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에 제시했다.
채권단이 내건 주당 가격은 금호산업 현 주가(1만8,500원)를 기준으로 한 가격의 3배를 넘는데다 기본 매각가에 무려 90% 이상 되는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이 "횡포에 가깝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가 협상을 통해 최대한 가격을 낮춘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산업은행·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현재 금호산업 지분의 57.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에게 채권단이 파는 지분은 50%+1주인 1,731만주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기업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로 할지를 두고 지난 15일부터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래에셋과 산업은행은 이날 최종 경영권 프리미엄을 2만8,000원으로 결정해 우리은행·농협은행 등 나머지 채권단에 전달했다.
매각가는 기업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결정된다.
실사 결과 금호산업의 적정가격은 주당 3만1,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2만8,000원을 더한 5만9,000원으로 나왔다고 채권단은 밝혔다.
주당 가격에 박 회장이 가져갈 1,731만주를 적용하면 총 1조213억원이 최종 가격이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본 매각가에 90.3% 붙였다"며 "우선협상권자와 협의를 통해 매각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가 결정에는 채권단 의결권 60%를 확보한 재무적투자자(FI)의 의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FI들은 2006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 72%를 주당 2만6,262원에 사들일 당시 투자자로 참여했다. FI들은 대우건설 매각과정에서의 손실을 만회하려면 주당 6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초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3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7,000억~8,000억원 정도로 매각가격을 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은 38% 정도다.
내부에서는 채권단이 과도한 매각가격을 책정했다며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단 제시한 가격이라고는 하나 시장가격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하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적합한 가격을 만들도록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통보 이후 한달 내 권리행사 여부를 결정한 뒤 채권단에 통보하면 된다. @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