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개혁 물 건너 갔나?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 철도 공사화 법 처리를 유보하는 바람에 철도의 공사화가 요원해졌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지난 주 철도청의 시설과 운영 분리를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발전 기본법,과 `한국철도시설 공단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철도구조의 핵심 법안인 `한국철도 공사법`은 처리를 유보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 그 속내다. 철도공사법은 공무원 신분의 철도청을 공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 법안의 통과 없이는 철도개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초 철도를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노조에 밀려 공사화로 변질되더니 이제는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공사화마저 물건너가게 됐다. “목소리가 커야 통한다”는 `떼~한민국` 증후군이 또 다시 힘을 발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철도는 `돈 먹는 철마`로 통한다. 철도청은 지난 1997~2001년 기간동안 총 3조19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이를 보전해 주기 위해 정부는 3조1,384억원을 지원했다. 금년에도 정부는 1조64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누적부채 28조원과 운영자금 22조원 등 모두 5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철도개혁을 위해 민영화 방침을 내세웠고,노조는 반대투쟁에 나섰다. `참여정부` 출범 후 노조의 반대가 한층 거세지자 정부는 민영화를 공식철회하고 공사화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노조는 이번에 또다시 총파업이란 벼랑 끝 전술을 내걸고 공사화 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다. 사실 선진제국 가운데서 철도가 국유화돼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도 지난 1980년대 중반 만년적자 상태인 국철(國鐵)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이를 5개 여객회사로 분할, 민영화를 단행했다. 노조의 반대도 거셌지만 당시 일본정부를 이끌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총리는 확신을 갖고 이를 밀어붙였다. 분할된 이들 회사는 민영화 이듬해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 지금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세계경제의 흐름도 민영화이다. 이제 우리나라 철도도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면서 안주할 때는 지났다. 독점기업이지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는 철도를 공사화하기로 방침을 바꾸었다. 더 이상 노조에 밀려 정책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올해 말 기준 경부고속철도의 부채도 11조원에 이른다. 이 모두가 국민의 혈세로 매꾸우어야 할 처지다. 노조도 철도가 국가의 동맥임을 인식, 이를 담보로 하는 파업은 삼가야 한다. 더 이상 지나치면 집단이기주의나 다름없다. <권홍우기자, 이진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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