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창사 50주년을 맞이하는 애경그룹의 발자취는 우선 ‘생활용품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만하다. 무엇 하나 쓸만한 생필품이 없던 시절 애경은 세제의 대명사가 된 ‘트리오’를 비롯, 각종 비누 및 세제를 선보이며 국민 생활 개선에 이바지해 왔다.
애경은 화학과 유통 부문으로 사세를 확장, 현재 매출 구도를 생활용품 30%, 유통 30%, 화학분야 40%에 이르게 했다.
또 애경은 9일 그룹의 출발이었던 옛 애경유지공업 터(현 애경백화점)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갖고 미래를 향한 비전 선포에 나설 계획이다.
◇ 생활용품에서 사세 확장 = 애경은 1954년 세탁비누, 56년 세수용 ‘미향비누’를 거쳐 66년 주방 액상세제 ‘트리오’를 출시하며 국내 생활용품 시장의 기초를 닦았다.
국내 최초의 화장비누였던 ‘미향’은 50년대에 단일제품으로 월 100만개를 생산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고, 최초의 주방 세제인 ‘트리오’ 역시 올해 4월까지 서울-부산 간을 무려 248회 왕복할 수 있는 분량인 7억8,000만병을 팔아 치웠다. 이후 애경은 화장품 분야는 미국, 화학 분야는 일본 등 선진국과 합작을 거듭하며 신기술 이전을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 후계구도 = 애경의 후계 구도는 1970년 창업주 고 채몽인 사장의 사망 당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채 사장이 창립했던 애경유지공업의 지분은 당시 상속법에 따라 장남 위주로 배분됐고, 이러한 모기업의 지분 구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 사업을 일궈냈던 장남 채형석(44) 부회장은 유통 부문을 차남 채동석 애경유지공업 사장에게 물려 주고 2002년 그룹 부회장으로 취임, 현재까지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장남이 40대가 되면 사업을 물려주겠다’고 공언해 왔던 어머니 장영신(68) 회장은 ‘보고는 받되 지시는 않는’ 선으로 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오늘의 애경’을 일궈낸 장 회장이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미국ㆍ일본 등 대다수 합작사에서 오랜 파트너인 장 회장에 대한 신뢰가 탄탄한 것을 비롯, 대외 업무 분야에서 장 회장의 역할이 여전히 막중하다. 영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장회장은 현재 ‘중국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상태. 그룹이 향후 중심사업 중 하나로 중국을 선택한 만큼 시장 공략 및 비전 세우기에 장 회장의 일보가 크게 작용하리라 보여지는 부분이다.
◇ ‘변화와 혁신’으로 선회 = 16개 계열사 중 애경유화 1개사만을 상장시킨 애경그룹은 한국판 ‘가족 기업’의 전형이다.
애경이 밟아온 길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도 무리 없는 꾸준함이다. 큰 투자에 따른 굵직 굵직한 성과를 찾아보긴 힘들지만 차근차근한 성장세로 ‘위기에 더욱 빛나는 기업’을 일궈냈다. 하지만 애경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통과 안정’ 보다는 ‘변화와 혁신’으로 기업 방향을 선회키로 했다.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창조하는 기업’으로 비전을 세운 애경은 지난 2001년 그룹 전체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0년까지 215% 성장한 3조5,000억원 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상해 심양 현지법인을 비롯, 6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애경은 세계 시장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애경은 지난해 중국 항주와 심양 등 두 곳에 자체 공장을 설립하고 국내시장에서 1위의 점유율을 보이는 휴대폰용 고기능 UV도료 등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