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채권 시장에 랠리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국내 채권 금리도 하락하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이 연일 초강세를 띠고 있다.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채권 시장 랠리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1·4분기 부진했던 미국 경기가 2·4분기에 회복돼 미 채권금리가 정상화(금리 상승)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채권시장에 몰렸던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턴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07%포인트 하락한 2.840%를 기록했다. 지난 15일에는 2.829%를 기록해 3월14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국고채 5년물 금리도 전날보다 0.007%포인트 하락한 3.065%,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018%포인트 내린 3.367%로 마감해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국내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채 시장도 최근 들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일(현지시간)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2.511%까지 밀렸다. 15일에는 2.49%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재헌 한국투자신탁운용 AI운용본부 대리는 "한파에 따른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수요가 집중되며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며 "미 국채 금리에 강하게 연동된 국내 채권 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 완화 정책이 채권시장 랠리를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CB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책으로 재정 위험을 억제시키면서 유럽 국가의 국채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된 미 국채로 매수세가 모이고 전반적인 글로벌 채권 금리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 국채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 국채가 상대적으로 싸졌다는 인식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며 "특히 연초 자금 유출로 홍역을 치른 신흥국이 외환보유액을 높이기 위해 미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증권업계는 채권시장 랠리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1·4분기에 부진했던 미국 경제 성장률이 2·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 연구원은 "지난 1·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0.1%에 그쳤지만 2·4분기는 3.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도 회복세를 보여 미국을 비롯한 국채 채권 금리가 추가 하락하기보다는 상승세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최근 채권 시장 강세는 주식에서 채권시장으로 전반적인 자금이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채권시장 금리가 다시 오르면 채권시장에 몰렸던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도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추가 하락보다는 완만한 상승에 무게가 실린다"며 "국내 채권 금리도 미 국채 시장에 영향을 받아 하락하기보다는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계 운용사도 채권 시장 강세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며 채권 포지션 확대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자산운용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최고투자전략가는 "현재 미 국채 장기물 금리는 지나친 수준으로 내려갔다"며 "미국 경기가 날씨(혹한) 영향에서 벗어나 2·4분기에는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 채권보다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주식이 더 싼 것은 아니지만 채권보다는 덜 비싸다"면서 "장기적으로 주식에 대해 비중확대 포지션을 유지하는 쪽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