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사람들의 땅, '소록도' 봄꽃 만발"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우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오늘 하루 웃으면서 견딜수 있으니"
82년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던 문부식의 시 '꽃들'이다.
격리된 사람들의 땅, 소록도에도 환하게 봄꽃들이 만발했다. 아름드리에 한가득 날개를 펼치고 높푸른 하늘을 뒤덮은 연분홍 벚꽃들이 찬란하고, 장미꽃 봉우리만큼 커다란 선홍빛 겹동백이 섬 여기저기에 불꽃을 피우고 있다.
또 하나 매우 희귀한 꽃, 백색 겹동백. 흰 꽃잎은 봄 햇살을 받아 더 없이 화사하다. 이 곳 900여명의 한센병(나병) 환우들의 사랑과 희망처럼, 그들의 재활의지처럼 아름답다.
전남 고흥반도의 끝자락인 녹동항구를 마주보고 있는 소록도는 작은 사슴의 형상을 띠고 있는 여의도의 1.5배 크기의 작은 섬. 녹동항에서는 600m거리이며, 배로 10분이면 닿는다.
이 섬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고, 역사적 기념물도 많아 고흥지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1916년 일본 명치천황이 하사한 기금으로 설립된 소록도 자혜의원은 당시 조선내의 유일한 한센병 전문의원이었으며 지금의 국립소록도 병원의 효시이다.
이 섬에서 일반인들이 가 볼만한 곳으로 중앙공원과 해수욕장을 꼽을수 있다.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에게는 50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소록도 중앙공원이 제격이다.
선착장에서 소록도공원까지는 2km거리. 이 공원에는 편백ㆍ히말라야 삼나무ㆍ동백ㆍ영산홍 등 수많은 꽃들로 가득차 있으며, 6,000평 규모의 대지에 조성 공원은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에 꽃과 바위들, 조각품들이 잘 정돈된 빼어난 조경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소록도 공원의 아름다움 이면에는 한센병 환자들의 땀과 눈물이 짙게 스며있다.
1916년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개원한 일본인 아리키와 도루는 1936년부터 3년 4개월간 연인원 6만명에 이르는 환자들을 강제 동원해 6,000평의 땅을 가꾸었다.
진도ㆍ완도ㆍ대만 등지에서 보기 좋은 관상수와 바위들을 옮겨왔고, 섬 일주도로까지 닦았다고 한다.
공원 곳곳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일제치하에서 겪은 고통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기념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공원 입구에는 아무런 법 절차없이 원장의 권한으로 감금하고 처벌한 후 출감하는 날에는 예외없이 정관절제 수술을 시행하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다. 또한 생활자료관에는 소록도병원의 역사와 환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갖가지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이밖에도 공원 내에는 나환자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일본인이지만 환자들을 가족처럼 아껴주며 헌신적으로 보살핌으로써 소록도의 슈바이처라 불리우는 하나이젠키치 원장의 창덕비, 그리고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구라탑 등 의 기념물들이 들어서 있다.
소록도에는 아직도 900여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은 오전7시에서 5시까지만 머물 수 있다. 또한 숙박 및 취사는 물론, 쓰레기 투기도 금지돼 있으니 간단한 음식물과 쓰레기 봉투를 준비해 가는 편이 좋겠다.
<여행메모>
◇교통=<자가운전>남해고속도로 주암IC~27번 국도~벌교~2번 국도~400m~좌회전~고흥읍~27번 국도~20km~녹동항<대중교통>광주~녹동 오전5시~오후8시25시(20분 간격ㆍ2시간 30분 소요) 여수~녹동 오전5시~오후9시10분(15분 간격ㆍ2시간 20분 소요)<선편>녹동~소록도 오전 7시~오후5시30분(15분 간격) 왕복요금 900원
◇주변관광지= 팔영산자연휴양림ㆍ고흥유자공원ㆍ나로도ㆍ남열해수욕장ㆍ금탑사ㆍ능가사 등
◇문의=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224, 소록도 관리사무소 (061)842- 0505,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224 소록도병원 (061)844-0562, 소록도 자치회 (061)840-0557, 고흥시외버스 터미널 (061)835-3772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