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광주공장 지부 '실체'

금품수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부장 정모(44)씨외에 또다른 노조 간부도 직원 채용과 관련,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지부가 어떤 조직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부장 선거만 되면 정치판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지부장 선거에 '올인'하는'현장조직'과 노조의 관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와 이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는 강성 정도로 비교할 때 광주.전남지역 사업장 중 '넘버 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광주공장 노조원만 5천500명에 달하는 이 지역 최대 사업장인데다 아시아 자동차 시절부터 갖고 있는 강성이미지는 다른 사업장을 뛰어넘는다. 노조 지부는 상근직 18명에 5명 정도의 인원이 추가로 파견돼 별도 건물이 마련된 노조에서 일하고 있다. 노조 지부장을 포함한 상근직들의 임금은 호봉에 맞춰 나오므로 별도의 수당같은 것은 없지만 지부장에게는 업무용 차량(쏘렌토)이 배차된다. 지부장은 사내 행사시 부사장급인 공장장과 동석에 위치하고 민노총 산하로 지역 노동계와 경제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지부장인 정씨는 재작년 투표로 선출됐으며 올해 9월까지가 임기다. 지부장임기는 2년이지만 정씨의 경우 전임 본조 집행부가 건강진단 관련 업체로비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물러나게 되자 전임의 잔여임기 6개월까지 이어가고 있다. 정 지부장이 뽑힌 선거는 현장조직의 '합종연횡' 등으로 뒷말이 많았다. 대규모사업장에서 대부분 활동하고 있는 현장조직은 일종의 노조 하부조직으로, 노조원 각자의 성향에 따라 가입하게 된다. 광주공장은 군소 조직을 합할 경우 대략 10개 정도가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조직이 기아민주노동자회(기노)와, 현장의 힘(현장), 미래를 여는 노동자회(미노),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 실천하는 노동자회(실노) 등 5곳이다. 이들 조직들이 지부장 선거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도 `기노'와 `현장', `미노'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지부장은 이중 비교적 세가 약한 비주류인 `미노' 출신으로 지부장에 당선됐는데 당시 `기노'와 `현장'이 벌인 세다툼 와중에 얻은 '어부지리'였다는 후문이다. 세 조직이 모두 후보를 냈는데 예상밖으로 `미노'가 선전해 2위를 한 정 지부장을 3위를 한 `현장'이 밀면서 1위를 했던 `기노'가 미끄러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장조직'은 실질적으로 노조를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했으며 어떤 조직이 지부장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명암이 엇갈렸다. 광주공장의 한 노조원은 "지부장 선거가 끝나면 청와대나 정부의 요직이 싹 갈리는 것처럼 노조지부도 물갈이가 되면서 선거에 패한 현장조직은 세를 잃었다"며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도 비주류였던 `미노' 출신이 지부장으로 당선되면서 노조 운영이 서툴러 결국 채용과정의 문제점이 외부에 노출됐다는 게 공장 내부의 시각이다.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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