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펀드 런' 확산] 환율 영향은

"美경제 경착륙 우려 强달러 제한적 일것"
'서브프라임 충격' 진정까지 원·달러 환율 상승
전문가 "원·엔환율은 800원대 넘어설 가능성"


10일 원ㆍ달러 환율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충격으로 10개월 만에 최대폭까지 오르면서 추가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다 외화대출 용도 제한, 단기외화차입 규제도 원화 약세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부실로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커지고 있어 달러 강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반면 원ㆍ엔 환율은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등의 여파로 800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달러 구하기’ 전쟁=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외화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달러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달러를 구하려다 보니 호가도 치솟았다. 지난 8일 5.30~5.32%에 거래됐던 1일물 외화콜 차입금리가 6.20~6.50%에 이르렀다. 전날 6.0%로 마감하면서 0.7%포인트나 오르더니 이날도 0.2~0.5%나 오른 것. 하지만 한국은행은 일부 외국환은행들의 달러자금 요청을 거부했다. 그동안 원ㆍ달러 환율 하락 때 투기적인 이유로 달러를 팔아치웠던 만큼 환율 상승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환율의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리스크를 강조했다”며 “시장 상황이 달라졌으면 책임도 은행들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할 듯=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브프라임 부실 충격이 진정되기 전까지 원ㆍ달러 환율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7월11일 이후 한달간 국내 주식을 약 7조9,000억원(약 85억달러) 순매도한 외국인이 불안감으로 주식 매도분을 대거 달러화로 바꿔 본국에 역송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부터 한은의 외화대출 용도 제한에 따른 대출상환 수요 증가로 외화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될 경우 단기 급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환율이 920원선에서 강력한 지지선을 확보한 채 올라왔기 때문에 탄탄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서브프라임 부실의 영향이 단기에 그친다면 940원선에서 상승이 제한될 수 있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외화대출 상환 등과 맞물릴 경우 960원대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이사도 “서브프라임 위기는 그동안 위험자산 선호현상을 유발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으로 이어져 결국 원화가치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원ㆍ달러 상승폭은 제한적일 듯=하지만 달러가 큰 폭의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작은 상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가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여 달러 강세를 불러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달러화 약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신 연구위원은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빌려 우리나라 등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확산되면서 원ㆍ엔 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 간 금리차에 따른 이익을 별다른 위험 없이 향유했던 투자자들이 금융경색 심화로 대거 손절매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원ㆍ엔 환율은 오후3시 현재 18원75원 급등한 790원15전을 기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오르면 최근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들이 어김없이 선물환 매도에 나서기 때문에 940원대 위로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81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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