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단말기사업 갈등 증폭

이동전화서비스 업체의 단말기사업 진출 문제를 놓고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 사이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한국통신프리텔은 PCS폰을 자체 개발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자사 브랜드를 생산하겠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도 지난달 일본 교세라와 합작해 자회사 SK텔레텍을 설립하고 전문업체인 세원텔레콤을 통해 휴대폰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우리는 갈 길을 갈 것」이라고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는 22일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이름으로 광고를 내고 「이동전화 서비스업체들의 단말기 제조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 정부에만 호소했던 방식이 별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는 직접 여론에 호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양측의 다툼에 「관여할 바가 아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비스업체들이 제조업 진출을 포기할 때 까지 계속 할 것』이라며 『후속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갈등은 실리(實利)를 챙기기 위한 명분(名分) 싸움의 성격이 짙다. 제조업체는 기존 휴대폰 시장을 서비스업체에 뺏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명분을 내걸어 서비스업체의 단말기 사업 진출을 반대한다. 또 서비스업체는 제조업체에게 줬던 「불로소득」(단말기 보조금)을 직접 챙기고 공급협상에서 우세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단말기 사업 진출 논리를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실리를 떠나 명분만 따지면 제조업체가 우세해 보인다. 예를 들면 신화휴대폰 시장이 지금도 공급과잉인데 두 업체가 새로 뛰어들어 과잉투자로 인한 손실이 우려되고 신화우리보다 CDMA 기술이 약한 일본으로부터 이 기술을 들여와 기술의 역유출이 초래되며 신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기껏 닦아온 휴대폰 수출의 기반이 흔들리고 신화수직계열화로 향후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제조업체들의 반대 논리를 이길 만한 서비스업체의 반박 논리는 약하다.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명분을 내세워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에 호소함으로써 반대운동을 계속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문제는 삼성이 만일 자동차사업을 포기한다거나, SK가 단말기사업을 계속할 경우 올해말이나 내년초부터 본격화할 재계 2차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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