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시진핑, 성장률 포기는 없다


지난 25일 양슝 상하이 시장은 상하이시 인민대표회의 연설에서 매년 제시했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 구조를 개선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언급을 했을 뿐 구체적으로 몇 %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5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률을 4.5% 미만으로 유지하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상하이는 지난해 중앙 정부의 성장률 목표와 동일한 7.5%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7.0% 성장에 그쳤다.

중국 경제와 금융의 상징인 상하이시가 올해 처음 목표성장률을 제시하지 않으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성장률에 매달려온 지방 정부에 성장률 목표 미설정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일부 매체는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에서 발표될 예정인 중앙 정부의 성장률 목표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 중국의 아시안컵 축구 국가대표팀이 귀국했다.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안컵 사상 최초로 조별 라운드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전에 오른 대표팀에 중국인들은 환호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사정의 선봉에 서 있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반부패가 중국 축구의 진보를 이끌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제까지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중국 내 프로축구가 부패 척결로 거품을 걷어내고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는 말이다. 기율위는 "가짜 승리보다는 진실 된 패배가 우리를 발전시킨다"는 말로 논평을 마무리 지었다.

'신창타이' 외치며 부양책 단행

상하이시가 목표 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은 것과 중국 축구가 무슨 관계일까. 둘의 공통점은 더 이상 뻥튀기나 조작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는 취임 후 지난 2년 동안 성장률 제일주의를 경계했다. "더 이상 국내총생산(GDP)만으로 영웅을 논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방 정부의 성장률 경쟁을 경고했다. 지나친 성장률 경쟁이 지방 정부의 부실을 감추고 소득 불균형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고속성장시대에서 중속성장시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신창타이(新常態)를 강조하는 것도 무의미한 성장률 경쟁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연초 중국 정부의 경제 운용은 성장률의 망상을 떨치지 않고 있다. 신창타이를 외치지만 경기 부양책과 환율 정책을 내놓으며 성장률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리 총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1,3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보다 300만개 늘었다. 물론 1·2차산업보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3차산업이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예상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어들며 지난해에도 목표치(1,000만개)를 초과 달성했지만 경제 둔화과정에서 직접적인 경기부양 없이 일자리를 늘리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1,300만개의 일자리를 위해서는 최소 7.2~7.3%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결국 7%가 위태로운 경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일자리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성장률 유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연초 인민은행의 환율 정책도 성장률 유지로 귀결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이후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하락(환율상승)을 대놓고 허용하고 있다. 이는 경제개혁·구조조정·내수활성화 등의 장기 과제에 매달리는 대신 거시경제에 즉각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수출을 다시 늘리겠다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환율상승에 대한 욕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마저도 환율밴드 기울기를 축소하고 기습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으며 유럽발 환율전쟁이 아시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율 등 수출증대에 올인 불보듯

지난해 4·4분기 중국 정부는 떨어지는 성장률을 잡기 위해 응급처방을 내놨다. 금리 인하에 예대율 조정 등 통화 정책에 이어 3조위안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로 7.2%로 예상했던 성장률을 7.3%로 돌려놓으며 연간성장률은 예상보다 0.1~0.2%포인트 높은 7.4%를 기록했다. 어찌됐든 당초 목표였던 7.5% 내외에 근접하게 맞춰놓은 셈이다.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자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높이고 상대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상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에 갈수록 글로벌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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