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2,680억弗…유럽위기 확산땐 지원자금 바닥 美 지원 어렵고 '마지막 돈줄' 신흥국 반발 가능성도
입력 2010.05.07 17:36:02수정
2010.05.07 17:36:02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 재정위기의 불길을 잡을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미지수' 쪽에 가깝다. IMF의 재원이 줄어들고 있고 위기의 구원군이 돼줄 대체세력은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의 실효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문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증시가 하루 건너꼴로 '패닉' 상태에 빠진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첫 위기를 막은 정부 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결국 2차 재정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더블딥' 침체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IMF의 가용재원은 2,680억달러 내외"라며 "퍼지고 있는 유럽 국채 위기가 지원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고 평했다.
유럽발 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확산되며 IMF의 지원 줄이 말라갈 가능성이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지난 1982년 멕시코 경제 붕괴 당시에도 재원고갈에 직면한 적이 있다. 이번에 유럽 국가들은 1,050억달러, IMF는 400달러를 지원할 방침인데 유럽연합(EU)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 등 여타 유럽 국가들로 위기가 확산될 경우 유럽 각국이 다시 뭉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T는 "IMF의 자금력이 다하면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겠지만 추가 지원에 미국 납세자들이 동의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유럽권인 독일에서도 이번 위기가 무절제한 정부들의 지출남용에서 시작됐음을 들어 거센 조세 저항이 촉발된 바 있다.
FT는 칼럼에서 "이번 구제금융은 그리스 지원이 아니라 그리스 국채를 지닌 유럽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이라고 폄하하며 IMF 프로그램이 위기진화에 실패해 '마지막 돈줄'인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번 구제금융에서 그리스 국채 채무조정이 금융시장에 폭풍을 몰고 올 수 있음을 감안해 그리스 빚에 대한 구조조정은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내핍계획을 3년간 충실히 이행한다 해도 현재 112%인 총 국가부채가 140% 내외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여전히 국가부도 가능성이 상존한다.
IMF의 재원은 각국의 지원으로 마련된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도 볼 수 있다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IMF 지분은 EU가 32.4%, 미국이 17.1%를 갖고 있으며 일본이 비공식적으로 이끄는 아시아블록(11.5%)에 이어 중국(4%)이 현재 4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IMF 쿼터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두 배가량 늘어 현재 122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해 9월 500억달러의 IMF 발행채권을 매입하는 등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FT는 "최근 IMF의 재원 비중 변화로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 납세자들에게 부담이 더 돌아가게 된 반면 그리스 국채를 많이 들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채무 구조조정 등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며 "가난한 나라의 납세자들이 부유한 나라 금융기관의 무절제한 대출 위험을 구제해주는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위기가 유럽에서 벌어진다면 현재와 같은 방안은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유로존의 취약한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빠졌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안으로 유로존 신용라인 창설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예방펀드기금 창설 등을 거론했지만 유로권 자체의 위기가 가중될 경우 이 역시 대안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