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사분규로 잃는 경제적 손실은 수조원에 달한다. 기업 매출 차질 등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갈등과 반목으로 치르는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유·무형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마다 타협과 상생을 주문하는 것도 극단적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2013년) 노사분규 건수는 연평균 89.8건에 달한다. 지난 2009년 121건이던 노사분규는 지난해 72건으로 줄었지만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파업 참가자 수X파업시간/8시간)는 62만7,000일에서 63만8,000일로 오히려 늘었다.
노사분규는 노조와 사용자 간의 근로조건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노조 측이 작업거부에 돌입, 하루 8시간 이상 작업이 중단된 경우에 해당된다. 근로손실일수는 이 노사분규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계산한 지표다.
연례행사처럼 노사분규가 발생하는 현대차 노조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20일, 15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기아차 노조도 가세해 각각 24일, 13일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로 인한 현대·기아차의 2년간 매출차질은 무려 4조여원에 달했다.
물론 이 같은 파업에 따른 사회갈등과 경제적 손실을 노동계의 책임만으로 전가하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 관행,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문제 등 국내 노동시장의 열악한 현실이 잦은 노사분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10% 수준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은 대형 사업장의 일부 강성노조를 제외한 대다수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3권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근에 벌어지는 파업 사례를 보면 청소노동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평균 이하의 근로조건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시장의 개선이 노사분규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별 사업장의 노사분규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 정치파업이 일상화된 국가라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해 말 22일간 지속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다. 수서발 KTX 민영화 중단을 조건으로 벌어진 이 파업으로 코레일은 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은 정부의 민주노총 첫 공권력 투입, 코레일의 노조 간부 징계로 이어지며 노정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3월 발생한 의사들의 파업도 비슷한 사례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와 건강보험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을 강행, 사회 혼란과 국민 불편을 초래했다. 결국 의협은 국민 불편을 담보로 한 파업을 무기로 활용한 끝에 건강보험 수가 구조를 의사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대화보다는 투쟁과 실력행사를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나윤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