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이 엉뚱하게 새나가는데 뼈빠지게 고생해서 세금 낼 필요가 있나.’
공적자금 감사보고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그럴 법하다. 99억원짜리 채권을 단 100원에 외국사에 넘겼는가 하면 싼값에 채권을 사들여 자사에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공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은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직원들의 월급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70% 넘게 올랐다는 얘기도 있었다.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빚을 깎아주고 해당기업 직원들의 월급을 너무 많이 올려줬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평이 즉각 나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KAMCO의 한 직원은 “허탈하다. (공자금 회수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제는 가족들에게 얼굴조차 들기 어려워졌다”고 탄식했다. 물론 예보와 KAMCO 모두 관리소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비대해진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한쪽 면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점이다. 담보채권이 당시 ‘휴지조각’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채권의 값을 올려 받기 위해 형식적인 값인 ‘100원’을 매겨 끼워 판 것이라면 ‘도덕적 해이’와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KAMCO의 해명은 일정 부분 설득력을 지닌다. 외환위기 당시 KAMCO가 급여를 워낙 낮게 책정했다는 점과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인력 채용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급이 75% 올랐다’는 산식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당사자인 KAMCO나 예보는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 크게 흔들린 탓이다. 중요한 것은 ‘공적자금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까지 덩달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은 25년 이상 전국민이 조금씩 갚아나가야 할 모두의 짐이다.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정상적 상환이 불가능하다. 차질이 빚어진다면 피해는 국민경제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감사원의 발표에는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 따위의 문구가 나온다. 객관성을 중시하는 정부기관의 공식 발표문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이 와중에서 마녀사냥식의 비난이 난무하고 국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