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프로골프 투어대회 우승에 버금가는 쾌거.”
지난 11일 이형택(27ㆍ삼성증권)이 마침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아디다스 인터내셔널대회에서 우승,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데 대한 테니스인들의 평가다.
이형택 이전 최고 성적은 지난 89년 김봉수가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KAL그랑프리 대회(현재 투어급 대회)의 8강에 오른 게 전부였다. 그 이전인 86년 유진선의 프로테니스 대회 중 최하위 등급인 서키트 대회 우승과 호주오픈 본선(128강) 진출이 있었지만 총상금 35만달러 이상의 투어급 대회 우승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투어급 대회 본선에 앞선 예선전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벽이 높은 남자 대회를 노리기보다는 차라리 여자선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형택의 경우 98년 방콕아시아게임 단체전 우승에 이어 99년 팔마유니버시아드, 요코하마 남자챌린저 대회 우승을 비롯해 2000년 브롱코스 남자챌린저 단식 우승 등으로 경험을 쌓았기에 이번 투어급 대회 우승이 가능했다.
이형택의 우승은 투어 대회 우승자를 보유한 20여개 국가의 반열에 한국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국가 홍보 효과도 막대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랭킹 500위권 선수가 3명에 불과한 국내 테니스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형택은 우승상금 4만8,600달러를 획득, 지난 95년 프로 데뷔 이래 총상금이 56만9,159달러로 늘어났고 세계 랭킹도 65~66위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
“세계 톱10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ATP투어 대회 정상에 오른 이형택은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호주오픈에서 앤드리 애거시와 제대로 맞붙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형택은 8강전에서 마라트 사핀의 기권으로 하루를 쉴 수 있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 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예선 1회전에서 역전패 했던 페레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13일 시작하는 호주오픈에 출전하는 이형택은 세계 랭킹 50위권 진입을 올해 목표로 세워 놓았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