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미국 재정절벽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이 2년 5개월 만에 달러당 87달러를 넘어섰다. 엔화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강력한 의지에 더해 미국의 재정절벽이라는 글로벌 경제 최대의 악재요인이 일단 해소되면서 전형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 매도가 이어진 탓이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자동차ㆍ전자 등 주요 업종에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일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대다수 신흥국 통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인 와중에도 달러 대비 약 0.5%의 약세를 나타냈다.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87.30엔까지 하락, 지난 2010년 7월29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전 거래일 대비 1.1% 낮은 유로당 115.99엔까지 하락하며 2011년 7월 이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싱가포르 소재 미쓰이스미토모그룹의 오카가와 사토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엔화와 달러화를 파는 전형적인 위험 선호 장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아베 정권의 공격적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따라 엔화 약세는 앞으로도 상당폭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환율 담당 캘럼 헨더슨은 "큰 그림을 놓고 볼 때 엔화는 앞으로 달러당 93.99달러를 향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엔화가치가 지난 한 해 동안 달러화 대비 11% 절하돼 2005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달러당 101엔에 비하면 여전히 16%가량 가치가 절상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은 앞서 엔화가치의 '중립적 영역'이 달러당 100엔 수준이라며 일본 기업들이 핸디캡 없이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수준까지 엔화가 추가 하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