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모자상봉'뒤 숨가뿐 막후접촉눈물의 3박4일. 그 뒤에는 숨막히는 남북 양측의 막후접촉이 있었다.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이 15일 오전 11시께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같은 날 오후 예정된 단체상봉 형식 등을 둘러싸고 남북 양측간 첫 접촉이 시작됐다.
물론 남북간의 접촉 라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초 남측은 15일 만찬을 50년만에 상봉한 가족들이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동석식사로 준비했다. 그러나 북측은 평양에서 장재언 북한적십자회 위원장 주최 만찬이 예정된 사실을 들어 서울에서도 방문단 단독의 식사자리를 요구했다.
서울 방문 이틀째인 16일 양측은 북측 단장으로 서울에 온 류미영 천도교청우당중앙위원장의 가족 상봉을 둘러싸고 또다른 막후 접촉을 계속했다. 류 단장이 아들과 딸의 상봉을 희망하고 있고 남측도 이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으나 북측은 철저한 비공개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서울을 떠나기 하루전인 17일 밤에는 량한상씨(69)의 노모 상봉을 둘러싸고 남북은 심야 접촉을 통해 묘수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북측은 당초 합의대로 정해진 일정과 그에 따른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측의 입장은 완강했고, 이에 남측은 제3의 장소에서의 상봉카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는 전언이다. 남북은 절충 끝에 결국 서울을 떠나기로 예정된 18일 새벽 신촌 세브란스 병원응급실에서 마침내 눈물의 모자 상봉을 성사시켰다.
남북 모두 훈령을 기다려야 하고 특히 북측은 평양에서 지침을 수령해야하기 때문에 결정이 늦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고광본기자KBGO@SED.CO.KR
입력시간 2000/08/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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