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불신 가득한 이동통신 시장


온라인에는 집단지성의 모범적인 사례와 소수의 극단적인 의견이 공존한다. 후자는 특히 온라인 뉴스 댓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 본 의견을 '여론'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이동통신시장의 경우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동통신사와 방통위를 못 믿겠다는 반응이 넘쳐난다. 온라인에는 언제 휴대폰을 사면 좋을지 지켜보는 '가격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이동통신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최근 이동통신시장의 이슈를 꿰뚫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지난해 9월 보조금 대란 이후 의도치 않게 '학습'에 나선 이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휴대폰 유통구조 등은 잘 모르지만 정보가 없으면 휴대폰을 구입할 때 수십만원씩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만은 잘 안다.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이 "요즘에는 손님들이 워낙 많이 알고 있어서 어설픈 설명으로는 설득할 수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7일부터 실시된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마저 시장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 의지대로 별 탈 없이 영업정지가 시행돼 이동통신사들이 반성의 계기로 삼는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꼼수'의 기미가 관측되고 있다. 이동통신사 본사나 판매 현장 관계자들 모두 방통위가 금지하고 있는 예약가입, 감시를 피해 지급하는 보조금 등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정지라는 흔치 않은 징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시장에는 지금까지보다 더한 불신이 팽배해질 게 분명하다. 방통위와 이동통신사가 진작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시장의 전반적인 구조를 뜯어고치는 일도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상한 것은 이동통신시장 관계자 누구나 이 같은 점을 공감하면서도 제대로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치킨게임식의 보조금 경쟁이 언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지금의 시장에서 손을 대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불신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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