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도 병인

■ 손종섭 지음, 김영사 펴냄
선조들의 정과 한 서린 시조이야기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오는 이 가는 이 다 흙이라 하는구나!/두어라 알 이 있을지니 흙인 듯이 있거라.'-윤두서 '세상엔 약도 많고, 드는 칼이 있다 하되/정 끊을 칼이 없고 임 잊을 약이 없네./두어라! 잊고 끊기는 후천에 가 하리라.'-실명씨 한학자인 저자가 찾아낸 조선시대 시조(詩調)들이다. 시조에는 우리 선조들이 바라본 삶에 대한 정과 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읊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가슴을 파고든다. 책에는 정철ㆍ윤선도ㆍ황희ㆍ정몽주 등 관료와 문인들의 시조부터 기녀ㆍ궁녀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현장에서 느낀 감성을 짧은 시에 담아낸 옛가락이 남아있다. 정민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조가 겨레의 노래라고 입을 모아도 이제 남은 것은 감동 없는 형식 실험의 해괴함과 현실과는 동뜬 취미에서 나온 고고(孤高)뿐"이라며 "하지만 이 책에는 옛가락과 지금 노래가 한자리에 어우러져 신명나는 노래판, 춤판이 한창이다"라고 평가했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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