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상 최악의 대졸 취업난에 직면한 일본의 '노른자위' 일자리가 중국인의 몫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2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본 명문대 출신 위주로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 온 유수의 기업들이 일본 본사에 근무할 핵심인력을 중국 현지에서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 일본의 대표 취업정보업체인 리쿠르트가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실시한 대규모 취업 면접행사에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22개 업체가 참가해 대졸 인력 채용에 나선 것을 비롯, 중국인 경력직 채용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상하이에서 열린 취업면접회에 참가한 대형 완구업체 다카라토미의 채용담당자는 "중국에 와서 보니 일본 학생들보다 커리어 제고 계획도 뚜렷하고 너무나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며 "당초 예정보다 채용 인원을 늘렸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절반을 중국인 등 외국인으로 채용할 계획으로, 그 만큼 일본 대학생 몫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보스톤컨설팅그룹 역시 일본 지사에서 근무할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도쿄대, 게이오대 등 일본 명문대에서 연간 십여명을 채용해 왔지만, 이미 6명은 중국인으로 내정했으며 중국 내정자 수를 좀더 늘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이 최악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와중에 기업들이 중국 대학생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일본 젊은이들과 달리 투철한 경쟁의식과 영어구사능력 등으로 무장한 인재가 연간 630만명씩 쏟아지는 중국 고용시장의 강점 때문이다. 보스톤컨설팅 관계자는 "안전지향적이고 전투의식이 낮은 일본 젊은이에 비해 중국에는 회사에서 원하는 경쟁의식이 높은 인재들이 넘쳐난다"며 "금광을 캐낸 기분" 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일자리 잠식은 대졸 신입직원에 그치지 않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최대의 국영인재파견회사인 '상하이FESCO'는 일본기업의 중국비즈니스 지원업체 등과 손잡고 중국내 사무관리 경력직을 일본 기업 본사로 소개ㆍ알선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말까지 일본 기업 50개사, 3년 뒤에는 5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중국인재 알선에 나서겠다는 것이 목표다.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중국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일본 기업들 입장에서는 우수한 중국 인재를 본사로 불러들여 기업문화를 익히게 한 뒤 중국시장 개척에 이들 인력을 본격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인재 채용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뜩이나 없는 일자리를 중국에게 빼앗기는 일본의 젊은 층이다. 경기 둔화와 엔고 여파 등으로 기업경영이 악화되면서 일본 고용사정은 지난 99년부터 2004년의 이른바 '취업 빙하기'에 못지 않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0월1일 현재 일본 졸업예정자 가운데 취업이 결정된 내정자 비율은 전년동기대비 4.9%포인트 하락한 57.6%로 역대 최저 수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금 같은 추세대로라면 내년 졸업 시점의 취업내정율이 과거 최저치를 기록했던 99년(91.1%)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 9월 총 250억엔의 대졸자 고용긴급대책을 내놓고 취업정보업체들도 대ㆍ중소기업을 막론한 취업 알선을 위해 대대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불투명한 경기 사정과 맞물린 외국인 구직자들의 맹공세로 일본인들의 일자리 위기의식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