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7월 3일] 서울시, 준공업지 시장불안 둔감증?

“매물이 거의 없어요. 급전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누가 내놓겠어요.” (시흥동 대한전선 인근 A공인의 한 관계자) 서울시가 지난 6월30일 준공업지에 아파트를 대폭 허용하기로 시의회와 합의한 가운데 현지 부동산시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공인의 한 관계자는 “무지개아파트 59.5㎡형(지분 33㎡)이 2억6,500만원으로 올 초보다 5,000만원이나 올랐지만 매물은 거의 없다”며 “매수세는 늘었지만 인근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팔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신도림동 준공업지 일대 역시 다가구나 빌라ㆍ공장 매물이 사실상 씨가 말랐다. 문래동ㆍ구로동ㆍ성수동ㆍ가양동 등 준공업지 일대도 개발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신도림동 준공업지를 방문해 ‘서남권 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할 때 이미 ‘좀 늦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투자 기회’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도 시는 ‘아직 뚜렷한 불안 징후가 없다’며 예방책을 내놓지 않아 걱정이다. 이인근 시 도시계획국장은 “개발되면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며 서울 평균 상승률보다 두 배 이상 되면 그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겠다”고 말했다. 이미 급등한 준공업지 일대가 다시 들썩거릴 조짐인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는 말이다. 부동산값은 잠잠하다 유동성이 몰리면 한순간에 급등한다. 앞서 시는 지난 2006년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높게 잡았다가 강북과 경기 북부가 폭등하자 부랴부랴 분양을 미뤘던 경험도 있다. 또 대한전선ㆍCJㆍ롯데 등 대규모 공장부지 아파트 허용으로 특혜 논란이 나오는데도 “10년 뒤 아파트는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 병원ㆍ문화시설 등 공공성을 살려 복합개발하겠다”며 개발이익환수기준을 뚜렷이 제시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물론 시가 환경이 열악한 준공업지를 산업ㆍ주거ㆍ문화시설로 정비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오피스 위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치더라도 산업기반을 일정 부분 유지한 채 개발하는 것도 5월 초 시의회가 아파트촌 중심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부동산값 상승이나 땅 기업 특혜 논란, 임대공장 재정착 불가능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고서는 정책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