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경제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라는 대전제 하에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학기술 촉진과 신성장 전략이라는 세 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성장과 복지의 문제는 새 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연간 5∼7% 성장률을 보이면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가장 좋은 분배정책과 복지정책은 고용이다. 아무리 많은 국가예산을 복지후생부문에 할당한다 해도 유럽과 같이 실업률이 두자리 숫자로 늘어나면 국가경제는 망가지기 마련이다. 경제성장이 제대로 되어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최선의 분배ㆍ복지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라는 대전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세가지 정책과제 역시 21세기 지구촌 세계화경제에 걸맞게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제시된 정책과제는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이미 추진되어온 것으로 새로운 면은 없으나 과연 얼마나 경제정책의 이상이 실현되는 지가 성공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5∼7%의 경제성장을 실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 정책과제에서 제시된 것처럼 동북아경제의 중심이 되어 자유롭고 투명한 시장에서 기술ㆍ지식집약적인 신산업정책이 성공한다면 7%내외의 경제성장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외환위기라는 침체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5∼7%의 경제성장을 시현한 바 있다.
차기 정부에서 제기한 성장전략의 핵심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말 그대로 기업하기 좋아 국내 및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왕성한 활동을 한다면 고성장은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차기 정부가 과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노동시장부문이다. 노사문제에 관하여 노 당선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노조가 힘을 받아 노사관계가 더욱 불안해져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함으로써 제조업공동화를 우려를 표시한다. 특히 외국투자가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함으로써 새 정부가 추구하는 동북아경제 중심국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보적인 차기 정권의 정책으로 사용자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해 노사관계가 더욱 성숙하고 선진화되리라고 낙관적인 전망되기도 한다. 따라서 노사관계의 현안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몇 가지 과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에 관한 문제로서 노 당선자는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하여 위원장을 부총리 급으로 격상시키고 의결기능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한바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몇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노사정위원회는 의결기구로서 부적합하며 협의기능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이루어졌고 EU국가들도 협의기구로서 운영하고 있다. 또 부총리급의 위원장은 과대하게 격상된 위상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적용 문제로서 기본적으로 근로자간의 급여와 복지 차별화 해소는 추진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두 근로자간에 상당한 갭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 번째는 근로자의 경영참가 문제로서 이사회에 노동자대표를 추천하여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참여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 문제 역시 국제기준에 비추어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것으로 대통령직 인수위는 조속히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정부안이 기업규모 및 업종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도출이 안될 경우 정부안대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이상이지만 노사문제는 바로 현실이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의 슬기로운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선(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