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혼 여성 2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아이를 반드시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44세 전국 기혼여성 4,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녀 가치관과 출산행태의 변화'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는 대답이 53.5%나 됐다. 꼭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46.3%에 불과했다.
지난 2003년 이후 몇 차례 시행된 같은 조사에서 자녀 출산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는 비율이 절반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혼 후 자녀를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 물음에서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대답은 2003년 54.5%, 2006년 53.8%, 2009년 55.9% 등으로 지금껏 한 번도 50%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자녀가 '아예 없어도 상관 없다'는 응답도 16%나 됐다. 이는 2003~2009년 조사보다 4~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취업난 등으로 인해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결혼 이후에도 경제적 여건이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이면서 출산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오던 남아선호 사상도 이제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지난 2000년 조사 당시 16.2%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8.2%로 쪼그라들었다.
김 연구원은 "출산을 꺼리는 젊은 부부들의 경향은 저출산 기조에서 벗어나려는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행 중인 무상보육 정책 외에 부모의 양육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