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들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관객들의 카메라 세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몇년전부터 디지털 카메라, 최근에는 핸드폰 카메라까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연장 내 촬영금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한때 핸드폰의 보급과 함께 골칫거리로 떠올랐던 공연중 벨소리 문제는 관객들이 핸드폰 예절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면서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사진 촬영 문제는 오히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요즘들어 젊은 세대들 사이에 '디카' '폰카'로 사진을 찍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의 내한공연이 열린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했던 이날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플래시 세례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공연시작 전과 인터미션 중 흘러나온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안내방송도전혀 소용없었다.
안내방송 정도로 해결이 되지 않으니 객석 곳곳에 배치돼 있는 진행요원들은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달려가 주의를 주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진행요원들이 플래시를 쫓아 쿵쾅거리며달려가는 소리에 공연 분위기는 더욱 산만해지고 말았다.
이날 공연 뿐 아니라 가요, 팝, 뮤지컬, 심지어 클래식 공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이같은 풍경은 이제 공연장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것이 돼 버렸다.
클래식 공연이 주로 열리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경우도 장영주나 임동혁, 랑랑 등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유명 연주자들이 공연을 할 때면 어김없이 '카메라 부대'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사진촬영을 말리는 안내 도우미와 말을 듣지 않는 관객 사이에 '카메라를 내놓으라' '싫다'는 어처구니없는 실랑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관객들의 사진촬영에 대한 이같은 욕구를 억제시킬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
카메라, 휴대폰 반입 금지, 벌금 부과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이들도 종종 있지만, 이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사진촬영이 무대 위 연주자나 관객 모두에게 방해가 되고 때로는 초상권 침해등 민감한 사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게 그리 큰 문제냐'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문제다.
예술의전당 박민호 홍보마케팅팀장은 "사진촬영으로 공연에 너무 많은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렇다할 방안은 못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내년 콘서트홀 보수공사 때 공연장 예절 안내를 위해 스크린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