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본인과 자녀의 대학 등록금용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공무원연금공단의 대여 학자금 규모가 4조원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들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한국은행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한은이 작년 말 가계신용 잔액을 959조4,000억원에서 최근 963조8,000억원으로 수정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공무원연금공단이 관리하는 4조2,000억원의 대여 학자금을 새로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대여 학자금은 1981년부터 공무원 연금에 가입한 공무원과 그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 용도로 빌려주는 무이자 대출로, 지난해 연인원 20만 명이 이용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이성한 경찰청장이나 이미 낙마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고위 공직자들도 자녀의 대학 학자금 용도로 이 대출을 사용, 청문회나 인선 과정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직급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공무원연금에 가입한 공무원은 이용할 수 있는 학자금 대출"이라면서 "무이자 대출은 자녀 학자금을 무상 지원하는 일부 대기업과 비교하면 큰 혜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학자금 무이자 대출은 공단이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사업으로, 관련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올해 예산은 지방자치단체 956억원, 중앙정부 290억원이다.
대여 학자금의 최근 대출 잔액은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에 이를 새로 반영하면서 공개됐다.
한은은 올해 1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공단이 작성한 대차대조표에 2011년과 2012년의 학자금 내용이 들어있어 이를 추가한 수정치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8년 8조4,933억원, 2009년 8조5,703억원, 2010년 8조8,698억원 등 매년 많아야 수천억원의 증가세를 보인 연기금 부분의 가계신용액은 2011년 13조5,665억원으로 4조원 넘게 증가했다.
애초 한은은 가계신용 통계 포괄 대상에 연기금 7개 기관을 2011년 8월에 추가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공단이 제출한 대차대조표에 학자금 부분은 불분명해 반영하지 못하다가 이번 달에 이를 반영해 가계신용 잔액을 수정했다.
공단 관계자는 "대여 학자금은 종전에 특별회계로 관리하다가 국가회계법 개정에 맞춰 2011년부터 기금 결산보고서에 넣었다"고 말했다.
가계신용은 국내 가계부채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통계로, 대출에 판매신용까지 합쳐 산정한다. 한은이 금융흐름을 파악하는 자금순환표를 작성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정부 등 2천여 기관으로부터 받는 자료를 활용해 2002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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