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스포츠 전성시대 美메이저리그·NBA·이종격투기등엑스포츠, MLB 독점중계 한달만에 1,000만가구 확보영화·오락채널까지 해외 유명경기 앞다퉈 방영 나서“시청률의식 콘텐츠 무분별 수입으로 국부유출” 논란 스포츠가 케이블ㆍ위성 채널(PP)의 주력 콘텐츠로 ‘뜨고’ 있다. 기존의 국내 프로경기 중계를 넘어서 해외 유명 스포츠 경기들이 우후죽순 안방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지상파 계열 스포츠채널 뿐 아니라 영화, 오락 채널들까지 잇따라 해외 스포츠 중계를 시작하고, 중계권 하나로 스포츠 채널을 아예 만들기까지 하고 있다. ◇해외 유명경기 앞다퉈 방영=가장 주목을 받는 채널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엑스포츠 채널. 지난 6일 MLB 중계를 시작한 이 채널은 중계권 하나로 개국 한 달여만에 가시청 1,000만가구를 확보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24일 중계한 박찬호 선발경기는 케이블 부동의 1위인 투니버스를 두 배 차로 따돌리며 케이블 전체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채널인 온미디어 계열 슈퍼액션 채널은 스포츠 채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 이승엽 경기를 중계한 데 이어, 올해는 미 프로농구(NBA)와 미 프로레슬링(TNA)를 방송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엑스포츠와 중계권을 계약하며 다음 달부턴 메이저리그까지 생중계하게 됐다. 다큐멘터리 전문 Q채널은 지난 21일 ‘조니워커 클래식’ 골프대회를 생중계했다. CJ미디어 계열의 XTM은 지난 4일부터 ‘로’ ‘스맥다운’ 등 미국 프로레슬링(WWE)와 이종격투기 ‘프라이드’를 방송하고 있고, MBC-ESPN은 자동차 경주 포뮬러1(F1)과 UEFA, 윔블던 등을 독점중계한다. ◇‘계륵’에서 ‘옥동자’로=지난 95년 케이블TV가 처음 생겨날 때만 해도 스포츠 채널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 당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던 ‘한국스포츠TV’는 만성적인 적자를 이기지 못해 2000년 2월 SBS로 인수, 지금의 SBS스포츠채널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이후 2001년 MBC가 미국 최대 스포츠PP사인 ESPN과 합작해 MBC-ESPN을, 2002년 KBS가 계열PP사로 KBS SKY스포츠를 각각 출범시켰다. 당시엔 지상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프로스포츠 중계권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계열PP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폭발적 인기를 끈 뒤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해외 유명경기가 시청자들에게 먹히면서 스포츠 콘텐츠가 이른바 케이블ㆍ위성의 ‘킬러 콘텐츠’로 급부상한 것. SBS는 골프 채널로 매니아들을 사로잡았고 MBC-ESPN은 경인방송(iTV)이 갖고 있던 MLB 중계권을 샀다. KBS SKY는 런칭 직후 격투기 중계를 시작해 국내에 이종격투기 열풍을 일으켰다. ◇무분별한 해외콘텐츠 수입=최근 PP들이 앞다퉈 스포츠 중계를 하는 걸 두고 업계 일각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양한 스포츠 중계가 시청자들에게 풍부한 볼 거리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PP들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콘텐츠 수입 비용이 치솟아 국부유출 논란까지 낳고 있다. 실제로 올해 MBC-ESPN과 KBS SKY는 각각 메이저리그와 이종격투기 중계를 포기했다. 표면적으로는 “무분별한 해외 중계를 지양한다굅?밝혔지만 사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계권료 때문이었다. MBC-ESPN의 한 관계자는 “1,000만달러 이상을 요구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계약 논의 자체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시청률만을 의식해 각자의 전문 분야를 소외하면서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방송법 상에는 20%까지 채널장르 분야 외의 프로그램 편성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20%도 안 되는 편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정작 주된 방송분야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장르 확보라는 법 취지를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5-04-26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