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지난해부터 SK㈜ㆍ현대엘리베이터 등 대기업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사태를 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외국인에 의한 M&A 공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배구조 개선, 해외 IR 강화, 우호세력 찾기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SK㈜는 지난 3월 주총에서는 소버린자산운용에 승리를 거뒀지만 내년에는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우호세력 확보 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구조조정 등에 전력 투구하는 한편 주주이익 환원을 통한 소액주주ㆍ기관투자가의 표심 잡기에 적극적이다.
SK㈜는 주총 이후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회장 1인체제가 아닌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그룹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뉴 SK’를 선포, 기업 투명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도 헤르메스 등 3개 영국계 펀드의 삼성물산 지분매입으로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해외 장기 투자자를 대상으로 회사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들이 외부의 적대적 M&A 위협에 대응하느라 보유현금을 설비투자 대신 자사주 매입, 고배당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잠재력 후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은 지난 상반기 경영권 방어와 주가부양을 위한 자사주 취득에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는 같은 기간 설비투자금액 8조3,000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장법인의 자사주 순취득액(1조6,000억원)이 설비투자(2조2,000억원) 규모에 거의 육박했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한 그룹 오너들의 지분취득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