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4.0 새 성장동력 찾아라] <4> 도약의 기회, 투자형 개발

"시공만으론 수익성 낮다"… 기획·운영 등 사업다각화 모색
삼성물산, 해외 IPP시장 첫 진출
대림산업, 운영능력 확보 계획… SK건설, 터키 PPP사업 참여
해외 프로젝트 대형화 추세… 금융조달 능력이 성공 관건

단순 시공 위주의 해외 수주가 수익성 악화로 한계에 부딪치면서 최근 건설업계는 투자형 개발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SK건설이 시공은 물론 기획, 금융조달까지 맡아 추진 중인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콤플렉스' 현장.


싱가포르는 유조선이 지나는 말라카 해협 입구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세계 3대 원유 거래시장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앞바다에는 7개의 섬을 인공간척지로 연결한 '주롱섬 국가석유화학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장총을 두른 무장경관이 보초를 설 만큼 엄중한 보안검색대를 지나 차로 30여분 거리의 단지 내로 들어가면 SK건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방향족 생산공장을 짓는 '주롱아로마틱콤플렉스(JAC)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SK건설이 설계ㆍ구매ㆍ시공(EPC)은 물론 직접 지분을 투자해 기획부터 금융조달까지 맡는 이른바 TSP(Total Solution Provider) 모델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우일 SK건설 JAC프로젝트 현장소장은 "해외 시장에서 토털 서비스 제공자로 변모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금융기관 등 보수적인 투자처로부터 금융조달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운영수익까지도 제시해야 설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IPP시장에 도전하는 건설사들=업계는 최근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필연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업타당성조사 등의 기획단계에서 EPCㆍ운영으로 이어지는 건설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중 우리 건설사들이 EPC에만 머물렀던 게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시공 부문에서 한국 업체에 경쟁력을 뺏긴 일본 업체들은 이미 몇 년 전에 전체적인 사업관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기획단계부터 운영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 단순 도급사업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익구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계에 직면한 우리 건설업계가 뛰어들어야 하는 투자개발형 시장 중 하나가 바로 약 1,000억달러 규모의 '민자발전(IPPㆍIndependent Power Plant)' 사업이다. IPP사업은 건설사가 지분을 투자해 사업기획부터 자금조달ㆍEPCㆍ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하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국내 건설업계에 아직 IPP사업은 미개척 분야다. 최근 삼성물산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쿠라야IPP가 유일한 해외 프로젝트다. 쿠라야IPP는 사우디 동부 담맘 인근에 오는 2014년까지 3,927㎿급 가스복합발전소를 건설, 20년간 사우디전력공사에 이를 판매하는 BOO(BuildㆍOwnㆍOperate) 방식의 민자 발전사업이다.

안동복 삼성물산 신사업지원팀 파트장은 "2010년부터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S&L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지속적으로 전문인력 확충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바로 쿠라야IPP"라며 "전력사용량에 관계없이 사우디 정부가 20년 동안 일정액을 보장해주는 안정적 수익구조여서 투자수익률이 10~11%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최근 IPP시장에서 단순 도급자가 아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한 우리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발전플랜트시장의 강자이면서 이미 국내에서 포천복합화력발전소 IPP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향후 운영능력까지 갖춰 글로벌 IPP시장의 강자로 올라설 계획이다.

◇대형화하는 프로젝트…금융조달능력이 관건=IPP와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시장은 민관협력(PPPㆍPublic-Private Partnership)이다. PPP 방식은 사회간접자본인 인프라 건설을 위해 정부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이 역시 민간 디벨로퍼가 기획부터 자금조달ㆍ설계ㆍ시공ㆍ운영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우리 건설업계의 유일한 해외 PPP 프로젝트인 '터키 유라시아 터널' 사업의 경우 SK건설이 27.9%(약 8,000만달러)의 지분을 투자해 완공 이후 25년간 터키 정부로부터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받게 된다.

PPP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히 2003년 2,000만달러였던 건당 해외 수주금액이 2012년 1억달러를 넘어설 만큼 해외 프로젝트가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금융조달능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SK건설이 터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9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금액 중 우리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4억6,000만달러를 유치했던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미 우리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싼 가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보험공사ㆍ수출입은행ㆍ정책금융공사ㆍ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기관이 다변화돼 있는데다 20년 이상의 장기융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의 해외수주팀 관계자는 "해외 직접투자 사업의 경우 한국과 일본 금융기관만이 20년 이상 장기저리 대출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 등급도 일본과 같은 수준이어서 더 낮은 금리로 해외에서 투자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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