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갈 길 먼 'ELW 시장'

[기자의 눈] 갈 길 먼 'ELW 시장' 증권부 노희영 기자nevermind@sed.co.kr 주식워런트증권(ELW)이 등장한 후 지난 20일 처음으로 8개 종목이 만기를 맞았다. ELW는 소액으로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ELW의 첫 성적표는 8개 종목 중 5개에서 투자원금을 모두 날릴 정도로 초라했다. 이 때문에 ELW 발행 증권사에 손실 발생에 대해 항의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손해를 본 개인들은 개인대로, ELW를 발행한 증권사는 증권사대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개인들은 “증권사가 처음 ELW 발행 가격을 높게 책정한데다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소홀히 해 손실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이 잃은 돈은 결국 발행 증권사와 LP들만 배 불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ELW를 발행해 들어온 자금은 헤지(리스크 회피)를 위해 주식을 사거나 파는 데 이용하게 되며 이 자금은 수익원이 아니다”고 항변한다. 한두번 장사할 것도 아닌데 개인 손실분을 이익으로 삼는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겠느냐며 개인투자자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지적 모두 타당성을 가진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주장대로 처음 ELW 발행 가격이 높게 정해진 감이 있다. 하지만 처음 ELW 발행 당시 증시 상황은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고 따라서 발행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될 수도 있다. 증권사 입장도 이해가 간다. 개인들의 오해 중 일부는 ELW라는 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ELW를 도입했을 때 각 증권사들은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일반 주식투자보다 몇 배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만 부각시켰을 뿐 투자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또 증권사들이 LP 업무를 하면서 적절하게 매매호가 제시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만기 해프닝’을 ELW 도입 초기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시장의 양적 팽창에 비해 투자자들의 이해도는 낮고 상품 개발이나 LP 업무에서 증권사의 미숙함도 여전하다. 만기 1개월 전부터 LP의 호가제시가 중단되는 등의 제도적 보완 사항도 남아 있다. ELW시장은 개설 3개월 만에 하루 거래 대금이 1,000억원을 넘기면서 세계 4위 시장인 스위스와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세계적 규모에 걸맞은 능숙한 시장 운영과 투자자의 성숙한 투자 의식이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6/03/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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