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펴는 석화업계

원료 다변화… M&A 가속… 고부가 시장 진출…
셰일가스 활용·화학단지 건설 등 롯데케미칼, 하반기 대규모 투자
한화·SK 폴리에틸렌 집중 공략… LG화학, 수처리 시장 본격 진입


지난해 최대 20%의 매출ㆍ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 석유화학 업체들이 각종 투자와 합작 사업으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셰일가스를 활용한 원료 다변화, 인수합병(M&A)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이는가 하면 고부가 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등 부쩍 부산한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하반기에 두 건의 대규모 투자를 개시하거나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오는 3ㆍ4분기 미국의 액시올 사와 에탄분해시설(ECC) 건설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다. 구체적인 투자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업 특성상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지난해 2월 ECC 건설을 위한 기본 계약을 맺고 사업 비용 등을 협의해왔다. 양사가 ECC 건설을 마치면 현지에서 나오는 셰일가스로 에틸렌을 생산해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는 기존의 나프타로 만든 제품에 비해 반값 수준이어서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이 우즈베키스탄 수르길에서 진행해온 대규모 화학단지 건설 사업은 예정보다 빨리 완공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대형 플랜트인 만큼 현지 정부에서는 독립기념일인 9월1일에 맞춰 준공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최대한 완공을 앞당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수르길 가스전 개발과 가스화학단지(GCC) 구축이 핵심인 이 사업에는 총 4조원이 투입됐다.

앞서 한화도 롯데케미칼처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택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 전체 에틸렌 생산량을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늘리게 됐다. 폴리프로필렌ㆍ파라자일렌ㆍ스티렌모노머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효과도 더해졌다. 한화케미칼은 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시프켐'과 합심해 세운 IPC에서 폴리에틸렌 생산을 개시했다. 이는 중동산 에탄가스를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나프타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가격이 3분의1 수준으로 저렴하다.

고부가가치 사업, 신사업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도 치열하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신사업을 육성해온 LG화학은 하반기에 수처리 필터 공장을 완공하고 수처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의 수처리 필터 업체인 '나노H20'를 인수한 바 있다.

SK종합화학은 이르면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사빅'과의 합작사 설립을 완료하고 고부가 폴리에틸렌 사업을 본격화한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기존에 생산했던 에틸렌 제품은 글로벌 화학기업들, 중국 후발 화학업체들도 비슷하게 생산해 차별성이 없었지만 이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고성능 폴리에틸렌 사업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한화큐셀은 올해 말 진천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셀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한화큐셀은 한화솔라원과의 합병 후 세계 1위 태양광 업체로 거듭나며 한화케미칼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여가 국내 화학업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천 기술력을 가진 주요 글로벌 화학 기업과 맹추격해오는 중국 후발주자의 틈에서 차별화에 실패한다면 장기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보다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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