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민족 최대 명절 설이 찾아왔다. 이맘때가 되면 부모들은 한 번씩 고민에 빠진다. '세뱃돈 말고 의미 있는 선물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은 문화상품권, 도서상품권 정도. 올 설에는 아이들에게 빳빳한 신권을 주는 대신 펀드 통장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세뱃돈이 당장 아이들의 군것질에 사용되기보다는 명절 혹은 기념일마다 펀드 계좌에 쌓여 10년 후 대학등록금이 되고 결혼자금으로 변신해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유망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예금에 비해 자산을 불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은 투자와 목돈 마련의 개념을 동시에 정리할 수 있고, 부모들은 은행 통장에 돈을 넣어두는 데 익숙했던 오랜 투자 습관과 이별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대표적인 주니어 상품으로 어린이펀드가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6개의 어린이 펀드가 판매되고 있다. 운용 방식은 일반 펀드와 유사하지만 보통 10년 이상 목표로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용된다. 증권사를 비롯한 각 판매사는 상품 가입자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펀드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교육 및 여가 활동에도 참여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일반 펀드의 투자 지역과 전략이 상이하듯이 어린이펀드 간에도 차이점이 드러난다. 해외투자 대표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펀드'를 통해 중국과 인도에 장기투자한다. 가치주펀드 특화 운용사인 신영·한국밸류자산운용은 어린이펀드에도 가치주 철학을 담아 운용한다.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재무상태와 사업성, 자산 등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렴한 기업을 의미한다.
어린이 펀드는 장기투자가 핵심이기 때문에 일부 상품은 수수료 없이 환매할 수 있는 시점을 길게 설정했다. 일반적인 펀드는 보통 90일 이상 가입을 유지하면 수수료 없이 환매할 수 있다.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는 장기 투자를 권장하기 위해 가입 후 10년 이내에 환매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펀드는 가입자격을 미성년자로 제한해 법인자금과 같이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단기 자금을 사전적으로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했다. '신영주니어경제박사펀드'는 3년 이내 환매시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상품은 어린이를 위한 상품이라는 취지를 살려 주류나 도박, 담배 등과 관련된 기업은 편입하지 않는다.
어린이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신영증권은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면 상해 및 질병에 대비한 보험서비스 혜택도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주말영어 캠프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펀드에 가입한 아이들이 부모와 게임을 하고 발표수업을 하면서 가족애를 느끼는 동시에 외국어와도 친해질 수 있다.
한국투자·신영 증권 등은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는 아이와 부모를 위해 증여세 신고 대행 연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어린이 펀드에 가입할 때 자녀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지만 부모나 조부모가 대신 납입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증권사가 가입 시 증여세 신고를 미리 해두는 서비스를 해 준다.
현행 세법에서는 만 18세까지는 10년 단위로 2,000만원까지, 만 19세부터는 5,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이 있다. 예컨대 자녀에게 만 9세 때까지 2,000만원, 만 18세까지 추가로 2,000만원, 만19세 이후에 5,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혜택을 받으려면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할 때 미리 증여세 신고를 해둬야 한다.
자녀를 위한 상품이 반드시 어린이펀드일 필요는 없다. 투자 전략이 마음에 드는 일반 펀드나 미래의 삼성전자로 성장할 주식에 장기 투자해 자녀·손주에게 물려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주니어 상품이 된다.
여성 회사원인 30대 정모 씨는 아들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해 매달 30만원씩 30개월째 붇고 있다. 그는 "형편이 빠듯한 게 사실이지만 세 살배기 아들의 교육비, 양육비, 결혼자금을 마련하려면 지금부터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며 "최근 펀드 수익이 좋지 않지만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여기고 돈을 추가로 넣어뒀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임원으로 일하는 60대 황모 씨는 손주 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해 유망한 종목 3개를 사 뒀다. 그는 "돌도 지나지 않은 외손주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던 날 주식 세 종목을 200만원씩 매수해 선물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손주에게 10배 20배의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