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사회 최고권력은 금융"■ 약속의 거래
Le Commerce des Promesses
피에르 노엘 지로(Pierre-Noel Giraud) 지음
이 책을 들치기 전에 우선 생각해야 할 문제는 저자가 왜 책의 제목으로 '약속의 거래'라고 붙였을까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일 것이다.
그 이유를 저자는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전제한다. "금융도 일단은 교환이니 어차피 상대가 있다. 따라서 그것도 어디까지나 신용이다. 신용이란 바로 약속의 거래가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약 4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현대의 인간 생활에서 금융이 모든 관심사를 제압했다고 전제한다. 현대의 금융은 정말 복잡하다.
움직이는 자본의 힘도 엄청나게 크고, 재산의 축적과 파산도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그 뿐 아니라 그것은 국가조차도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힘있는 자들도 출현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금융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들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무엇 때문에 그리고 누구를 위해 자본은 유통되는가? 투기적인 거품은 무엇이며 어떻게 금융위기가 발생하는가? 그것으로 인한 대가는 누가 치러야 하는가? 세계화는 왜 불평등의 증가를 동반하는가? 국가는 시장을 위해 모든 경제적 권력을 포기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모든 문제들이 저자가 명쾌한 분석을 통해 그 치유책을 제시해보고자 하는 것들이다.
물론 명확한 대책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인 의지의 복원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조짐을 저자는 책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지나치게 혁명적이었던 20세기 정치들이 무엇보다도 민족주의적이었다면, 21세기의 정치적 움직임들은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파리 9대학 경제학 교수이며 Ecole des Mines의 교수인 저자는 그의 명저인 '세계의 불평등'(L'Inegalite du monde)(Gallimardㆍ1996)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관심사를 심화ㆍ발전시키고 있는데, 이 책을 단순한 경제 전망서가 아니라 하나의 문명사적 관점에서 읽어야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책의 부제는 근대 금융에 과한 작은 논고(Le Commerce des Promesses;Petit traite sur la Finance Moderne).
/박재환 에코리브르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