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比정국 '태풍전야' 긴장감

대규모 시위 불발속 반정부인사 100명 연행…정국불안 고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필리핀이 ‘태풍전야’의 고요함 속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은 25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몰아냈던 ‘피플 파워’ 20주년을 맞았지만, 전일 발동된 국가 비상사태와 그에 따른 시위 금지령으로 예정됐던 기념 집회가 취소되면서 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측이 비상사태 선포를 계기로 반대파 인사들을 무차별 연행하고 있어 정국 불안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필피핀 경찰은 비상사태 발동 이후 100명의 반정부 성향 인사들을 연행했으며, 필리핀군은 아로요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쿠데타 음모에 연루된 다닐로 림 준장의 예하 부대를 포위한 채 병력 움직임을 봉쇄하고 있다. 또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 강한 비판 논조를 보여 온 일간지 데일리 트리뷴의 사무실과 인쇄소에 대해 긴급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각계 지도자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언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겁먹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가우덴시오 로살레스 신임 추기경도 “어떤 이유에서든 군사력에 의존하려는 방침은 국가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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