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산업은행을 ‘은행계IB(Investment Bankㆍ투자은행)’ 형태로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계IB의 대표적인 예는 모건스탠리로 증권계IB의 대표주자인 골드만삭스와 비교했을 때 회사채 및 부동산ㆍ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둘의 구분은 보통 어느 업종에서 출발했느냐로 판단한다.
8일 인수위에 따르면 산은의 민영화 작업은 산은과 대우증권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한 뒤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당장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금융투자회사 모델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9월 작성했던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라 산은에서 IB 부문을 떼어내 대우증권으로 이전, 이를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을 인수위에 보고했다. 이른바 ‘증권계IB’안이다. 하지만 인수위는 산은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통째로 민영화한 뒤 산은의 정책기능을 KIF 형태로 신설하는 은행계IB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재경부 안(증권)과 인수위 안(은행)의 출발점이 다른 셈이다.
인수위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우선 산은의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프리미엄을 포함해 더 비싼 값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증권계IB를 세울 경우 자칫 ‘증권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IB부문만 떼어내 매각할 경우 단순히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만 의존하는 증권사를 또 하나 만드는 데 그칠 것”이라며 “은행계IB라고 굳이 구분한 이유도 제대로 된 투자은행 업무를 하는 선도적인 금융회사를 만들어 선진 투자은행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