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車! 내 애마가 위험해

중국산 짝퉁 자동차 부품 활개
범퍼 등 고기능 부품까지 위조
애스턴마틴 대규모 리콜사태
완성차 제조사 "단속 쉽지않아"

중국의 '짝퉁 자동차 부품' 단속 현장. 중국에선 최근 단순 소모품뿐만 아니라 에어백 같은 고기능 부품까지 위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중국 베이징(北京), 옌청(鹽城), 상하이(上海)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중국 법인 직원들은 종종 현지 공상행정관리국 공무원과 외근을 나간다. 행선지는 가까운 공장지대일 수도 있지만, 중국 서북쪽의 신장(新疆) 같은 먼 지역으로 출장을 떠날 때도 있다. 현대모비스의 순정부품보다 30~50% 가량 싼 가격에 유통되는 열악한 품질의 '짝퉁 부품'을 단속하기 위해서다.

어느 업계나 '가짜와의 사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특히 전세계 자동차 업계에는 요즘 중국산 짝퉁 부품 '경보'가 발령됐다. 발단은 지난 2월 초 자동차 1만7,500대를 리콜한다고 밝힌 고급차 브랜드 애스턴 마틴이다. 애스턴 마틴은 협력사 중 한 곳인 중국의 선전커샹(深川科翔)이 가짜 듀폰 플라스틱을 사용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납품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지난 2007년 이후의 판매분 전부를 리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 2차 협력사만 수백~수천 곳에 이르는 데다 협력사의 협력사로 갈수록 더더욱 완성차 업체에서 완벽히 품질관리를 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국 등지의 짝퉁 제조사들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단속이 어려워지는 추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예전엔 짝퉁 부품의 대부분이 필터류나 점화플러그 같은 간단한 소모성 부품이었지만, 요즘엔 범퍼나 자동차용 유리, 내비게이션이나 에어백 같은 고기능 부품까지 생산된다"며 "단속에 걸려도 아파트 지하나 농장 같은 곳을 개조해 생산을 재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포드는 전 세계의 짝퉁 자동차 부품 시장 규모가 120억 달러(약 129조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완성차 제조사들은 품질관리를 점점 강화하는 추세다. 현대차 측은 "본사나 연구소, 공장 등마다 각 부품의 품질관리 담당자들이 부품의 원산지와 품질 등을 철저히 검증하며, 해외에서 조달하는 부품 역시 초기에 엄격한 품질 검증을 거쳤다 해도 수시로 전수검사를 실시해 품질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의 중국 공장 같은 경우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나머지 10%는 한국에서 들여간다. "중국산 부품의 품질이 반드시 열악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산 부품에는 더욱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 현대차 관계자의 이야기다.

외국 자동차 업체의 경우 아예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로이터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에도 순수 중국산 부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가거나 중국 내의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조달한다는 설명이다. 닛산은 중국산 부품을 쓰는 대신 자사 엔지니어를 정기적으로 부품 생산공장으로 파견해 품질을 점검토록 한다고 밝혔다.

한국GM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운전자들이 차량을 점검받거나 수리할 때 공식 정비 네트워크를 방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다른 경로를 통해 인증받지 않은 부품을 사용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완성차 업체에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