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생활법률] 분묘기지권

분묘 수호·제사에 필요한 토지도 포함
존속기간 약정 없으면 이장 의무 없어


Q. 갑(甲)은 30년 전 타인의 임야에 부친의 묘를 설치하고 관리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 그런데 최근 해당 임야를 매수한 을(乙)이 묘지부분만을 제외한 둘레로 경계를 높이 쌓아 임대경작지로 제공하겠으니 이장하려면 하라는 통보를 해왔다. 을의 말대로 한다면 갑의 부친 묘소에서는 제사조차 지낼 수 없게 돼 묘를 이장해야 할 형편이다. 이러한 경우 을의 주장이 정당한 것일까. 갑은 부친을 묘를 이장해야만 할까.

A.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에서 분묘를 설치한 자가 분묘의 기지 부분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판례에 따르면 분묘기지권 범위는 분묘의 기지자체(봉분의 기저 부분)뿐만 아니라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기지주위의 공지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친다. 다만 확실한 범위는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사성(무덤 뒤를 반달형으로 둘러쌓은 둔덕)이 조성돼 있다고 해서 반드시 사성 부분을 포함한 지역에까지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2001년 1월부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설묘지, 가족묘지, 종중ㆍ문중묘지 또는 법인묘지 안의 분묘 1기 및 그 분묘의 상석ㆍ비석 등 시설물의 설치구역면적은 10㎡(합장의 경우 15㎡)를 초과해서는 안되고, 개인묘지는 3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을 시행하기 이전에 설치돼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분묘의 경우 분묘기지권의 범위가 법령이 규정한 제한 면적 범위 내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례처럼 갑이 분묘를 지키고 제사를 지내는데 필요한 면적을 을이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을의 주장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때문에 갑은 분묘를 이전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분묘기지권에는 새로운 분묘를 설치하거나 원래의 분묘를 다른 곳으로 이장할 권리가 포함되지 않는다. 또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은 반드시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을 따르는 게 아니다.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그에 따라야 한다. 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 분묘기지권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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